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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퇴직연금 관리도 AI로… ‘초개인화’ 돕는 로보어드바이저

입력 | 2024-07-08 03:00:00

미래에셋證, 5월 말 가입액 1.4조
PB 수준으로 포트폴리오 개별 관리
AI-금융, 양손잡이 전문인력 키우고
고객 중심 가치 알고리즘에 녹여





프라이빗뱅킹(PB)으로 대표되는 맞춤형 자산 운용·관리는 상위 1%의 고액 자산가만 누릴 수 있던 서비스다. 대부분의 금융 소비자는 정형화한 상품에 만족해야 했다. 패러다임을 바꾼 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다.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로 무장한 AI는 무한에 가까운 고객 세분화를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은 번거로운 대면 없이 고객과 실시간 연결을 유지하게 해준다. 고객 분석과 소통 양면에서 높은 수준의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런 금융시장의 변화를 일찌감치 읽고 AI·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AI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Advisor)의 합성어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고객의 투자 성향과 목표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문·운용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은 GQS(Global Quant Solution)로 불리는 자체 투자 알고리즘을 기초로 2022년 9월 AI 퇴직연금 RA 서비스를 선보였다. AI를 활용해 가입자 전원의 계좌를 독립적인 개별 포트폴리오로 인식하고 운용한다. 한층 진일보한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앞세워 올해 5월 말 기준 서비스 가입 평가금액이 1조4303억 원을 돌파했다. 가입 계좌 수는 2만 개를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RA에 더해 ‘웰스 테크’ 등 다양한 AI 활용 서비스를 선보이며 진화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성공적으로 RA를 도입하고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2024년 7-8월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미래에셋의 퇴직연금 RA가 가장 차별화한 지점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는 부분이다. 전통적으로 포트폴리오는 ‘성장형-혼합형-안정형’ 등 정형화적인 몇 가지 기준을 따랐다. 포트폴리오 변경 제안도 월 1회, 분기 1회 등으로 정해진 주기에 의존했다. 시중의 많은 RA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실상 기존과 동일한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단순히 옮겨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AI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했다. 가입 초기엔 정해진 유형으로 고객을 묶지만 가입 시점과 상품 보유 및 입출금 내역 등의 정보를 AI가 판단해 점차 개인 맞춤형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 나간다. 투자 변경 제안 역시 정해진 주기뿐만 아니라 필요성을 따져서 한다. 양은석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로보운용팀장은 “기존엔 상품 가입 행위를 기점으로 모든 사람이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며 “RA를 통해 24시간 나의 퇴직연금을 전담 케어하는 PB를 고용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RA의 씨앗은 2009년 이미 뿌려져 있었다. GQS의 뼈대가 된 ‘리서치 계량 모델’이 이때부터 개발됐다. 고객에게 제안할 포트폴리오를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계량화 모델이다. AI가 화두가 된 2016년에는 리서치 계량 모델을 자동화 운용 툴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이는 퇴직연금 RA 알고리즘 개발로 이어졌다. 양 팀장은 “17년 전부터 자산관리에 적용해온 실전을 바탕으로 6년 동안 개발한 모델”이라며 “AI 기술 그 자체에만 집중한 곳이나 외부 기술기업과 손잡고 개발한 경쟁 RA에 비해 훨씬 고도화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처음부터 RA를 자체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부 업체와 제휴할 경우 도입 속도는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후 유지보수나 알고리즘 고도화 측면에서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민균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배분본부장은 “투자 관련 핵심 기술은 늘 우리의 철학과 고객의 니즈에 맞춰져 있어야 하는데 외부 업체를 통하면 이런 점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AI 개발 인력도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고 내부에서 키웠다. 실제로 AI 퇴직연금 RA의 경우 자산관리 부문 출신인 양 팀장이 직접 코딩 기술을 습득하며 개발을 주도했다. 자산관리 분야 전문가인 동시에 직접 알고리즘까지 만들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재를 키워 RA를 만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은 고려대와 함께 ‘디지털융합금융학과’ 등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직원 80명에게 AI 실무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다. 핵심성과지표(KPI) 설정이나 성과 평가 기준에 오랜 기간 유지한 고객 수익률을 넣는 식의 후방 지원도 이뤄졌다.

실무 경험을 갖춘 이들이 직접 RA를 개발하면서 현장의 노하우가 알고리즘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코너 솔루션의 제어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과정에서 RA가 특정 자산이나 종목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을 막는 장치다. 모델상에서는 논리적이지만 현실에선 부자연스러운 결론이 나오는 걸 방지한다.

고객 중심의 가치도 담겼다. 주기에 따른 기계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을 최소화한 것이 좋은 예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상품별 점수를 매기고 상품을 사고팔 때의 점수 차이가 의미 없다고 판단되면 제안을 하지 않는다. 양 팀장은 “기존 상품과 투자 상품에 대해 고객 관점에서의 가치를 비교하도록 한 것은 고객 중심 원칙을 담은 알고리즘의 일면”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