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카페 차리는 명품업계
구찌 등 이어 美키스도 카페 선봬
화려한 식문화, 브랜드와 시너지
적정가로 2030세대 유입 이끌어
키스 사델스 2024년 5월 성동구 성수동 매장 내 오픈한 브런치 카페 자료: 키스
올해 5월 국내에 진출한 미국 패션 편집숍 ‘키스(Kith)’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 매장을 내면서 같은 건물 3∼4층에 브런치 카페 ‘사델스(Sadelle’s)’를 함께 열었다. 사델스는 키스가 처음 시작된 뉴욕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다. 키스는 프랑스 파리 등 해외 출점 시 매장과 카페를 함께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섬이 키스 매장과 사델스 매장을 함께 운영 중이다.
키스와 사델스의 동행은 각 브랜드가 주는 시너지에서 비롯됐다. 미국식 럭셔리 스트릿 브랜드를 추구하는 키스와 세련되고 화려한 뉴욕의 브런치 문화를 추구하는 사델스의 지향점이 같았다는 해석이다. 주요 고객층이 2030세대라는 것도 동일하다. 키스를 방문했던 고객이 쇼핑 후 식사하기 위해 사델스에 들르거나, 브런치 카페에 왔다가 편집숍 매장에 들르는 경우를 노린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같은 건물에 비슷한 이미지의 식음료(F&B) 매장을 유치해 ‘뉴욕의 럭셔리 스트릿’이라는 이미지 각인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및 명품 업체들이 F&B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외식업 특성상 새롭게 매장을 내기 용이한 데다 F&B 이용객을 해당 브랜드의 신규 고객으로 유입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루이비통 우리 루이 비통 강남구 플래그십 스토어에 총 4차례 팝업 형태로 운영한 고급 한식 레스토랑 자료: 루이비통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한시적으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플래그십 스토어에 ‘우리 루이 비통’을 열었다. 최고급 한식을 주제로 한 팝업 레스토랑으로 이번이 네 번째 운영이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22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를 열었다. 유명 미식 가이드인 미슐랭가이드에도 오르는 등 한 번쯤은 가볼 만한 파인 다이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명품 업체가 외식업에 집중하는 이유로는 ‘문턱 낮추기’를 통한 잠재 소비자 모객이 꼽힌다. 가격이 비싼 명품 업체의 주요 소비자는 40대 이상이지만 트렌디한 이미지를 주고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면 20∼30대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손익과 관계 없이 ‘적당한’ 가격의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젊은 세대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F&B를 즐기는 경험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제품을 직접 홍보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에르메스 카페마당 2006년 강남구 ‘메종에르메스도산파크’ 내 오픈한 고급 브런치 레스토랑 자료: 에르메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메종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에 위치한 ‘카페 마당’은 에르메스 식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기가 높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소위 ‘명품백’에만 국한되면 브랜드에 거리감이 생기지만 F&B 매장을 통해 고객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찌 구찌 오스테리아 2022년 용산구 이태원에 연 예약제 이탈리안 레스토랑 자료: 구찌
구찌 오스테리아는 청록색 벨벳 의자를 포함해 매장 전반을 구찌의 상징색인 그린 컬러로 꾸몄다. 화려한 공간 인테리어는 과거 구찌의 대표 기조였던 맥시멀리즘을 형상화했다. 레스토랑이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이름은 ‘구찌 가옥(GAOK·家屋)’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로컬에 대한 존중을 표현해 온 구찌의 가치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