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관세장벽에 동남아 공략 태국-말레이-싱가포르서 1위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비야디(BYD) 매장에 전기 세단인 ‘실’이 전시돼 있다. 자카르타=한재희 기자 hee@donga.com
3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출장길에 자카르타 번화가에 있던 중국의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 매장을 들렀습니다. 저녁 시간인데도 고객 5∼7명이 대표 모델인 ‘아토3’ ‘실’ ‘돌핀’ 등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이 차량들의 디자인은 여느 완성차 못지않게 세련되면서도 가격대는 4억∼7억 루피아(약 3400만∼6000만 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했습니다. 매장 직원 옥타비아 씨(34)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전기차 보급을 위해 인센티브를 적극 지원해준 덕에 대중의 관심도가 높다”며 “인도네시아 전국에 BYD 매장이 10곳 넘는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향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아세안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일제히 중국 전기차를 대상으로 ‘관세 장벽’을 쌓자 동남아 공략에 힘을 싣는 것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세안 주요 6개국(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전기차 시장서 중국 업체 판매 점유율은 2021년 7.3%였는데 지난해에는 52.1%로 크게 뛰었습니다. 이 중 BYD는 태국(35.4%)과 말레이시아(40.4%), 싱가포르(24.5%)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BYD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달 4일에는 태국에 BYD의 동남아 1호 공장을 완공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도 연간 15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연내 착공합니다. 또 베트남이나 필리핀에서도 신규 공장 이야기가 꾸준히 나옵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동남아 시장 맹주였던 일본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타개책을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에게 물으니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현지에서 더욱 강화해 적게 팔아도 높은 수익률을 내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일부 아세안 소비자들이 중국 전기차에 대해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데, 한국 업체들이 가격에선 밀려도 품질과 서비스에선 밀리면 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