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도배사 말고 또 다른 직업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최근 들어 수도 없이 받는 질문이다. 도배를 한 지 6년 차, 앞으로 그 기술을 활용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사회복지사에서 도배사가 되었듯이 전혀 다른 직업에 또다시 도전할지 궁금해하곤 한다. 사실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이 하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그러나 기술, 열정, 사업 역량이 뛰어나지 않다고 해서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도배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전공하고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사회복지사로서 지낸 시간이 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또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은 사회와 사람에 대한 내 시야를 넓혀 주었다. 사회 구조적인 불합리와 불평등에 대해 알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일은 도배 현장에도 적용된다. 단순히 도배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 현장에 만연해 있는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목격하고 개선 방법을 늘 고민해 왔다. 도배사들이 많아지며 생겨난 경쟁과 그 경쟁 속에서 피해를 보는 초보 도배사나 소비자의 문제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경험과 역량들을 확장하고 또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우물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쉬지 않고 파고 있는 우물들이 하나로 만나 더 넓고 깊은 우물이 되고 또 그 우물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더해 주기를 희망한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