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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누가 죽는지 보자” “끌어들이지 말라”… 민망한 ‘여사 문자’ 공방

입력 | 2024-07-07 23:30:00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인천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어제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각 후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길 당부드린다”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개월 전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에게 명품백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무시당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한 후보가 “당무 개입이자 전당대회 개입”이라며 반발하자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은 여당 전대가 김 여사 문자 논란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는 데 대한 거리 두기 차원으로 보이지만 이미 거세게 불붙은 논란을 끄기는 어려워 보인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김 여사 문자는 가뜩이나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뜨거운 당권 경쟁 가마솥에 기름을 끼얹은 분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짐짓 대통령실은 무관하다며 별다른 해명 없이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한 태도는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한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논란이 갑자기 불거진 것은 전대 흐름을 바꾸기 위한 ‘당무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후보 측에선 “누가 죽는지 보자”며 윤 대통령 부부가 문자 공개를 묵인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이에 경쟁 후보들은 한 후보를 향해 “예의가 아니다”는 공세를 넘어 대통령실을 전대에 끌어들여 당을 분열시키는 ‘해당(害黨)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친윤계 원외 위원장들이 한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추진하려다 보류하는 등 자칫 ‘제2의 연판장 사태’까지 재연될 판이다.

이번 논란은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한 쉽사리 진화되기 어렵고 그로 인한 파장도 전대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가 보냈다는 문자 내용 자체부터 주장이 엇갈린다.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 의지를 밝혔다지만, 한 후보는 “맥락상 오히려 사과를 안 해야 하는 이유를 늘어놓는 문자였다”고 반박한다. 결국 김 여사와 한 후보 두 사람의 휴대전화 안에 있는 문자가 공개되지 않고선 어느 쪽이 맞는지 가리기 어렵다. 그러니 반년 전의 문자가 새삼 발설된 배경을 두고도 온갖 음모론이 나온다. 그걸 두고 ‘불경죄’냐 아니냐 따지는 유치한 당권 경쟁도 갈수록 가관이다. 이런 한심한 풍경을 지켜보는 국민은 혀를 찰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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