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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은택]7월 1일 그날 밤… 참사 현장의 기자들

입력 | 2024-07-07 23:12:00

이은택 사회부 차장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뒤편 사거리에서 9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역주행 참사 현장에는 본보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이 있었다. 당일 오후 9시 37분에 본보 사건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는 사건팀장의 톡이 올라왔다. ‘시청역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 쓰러진 사람이 대략 10명 정도. 심폐소생 중이나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사건팀 기자가 찍어 올린 사진 여러 장에는 핏자국, 부서진 가드레일, 생사를 짐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몇 분 전 공교롭게도 본보 사건팀 기자들은 그 현장에 있었다. 일을 마치고 간단한 술자리를 위해 시청역 뒤편 한 식당에 모이기로 했었다. 서로 휴대전화를 들고 “지금 어디야?” 물으며 신호를 기다리던 순간 눈앞에서 ‘그 일’이 벌어졌다. 저녁 모임 장소는 갑자기 참사 현장으로 변했다. 기자들은 곧바로 취재해 보고를 올렸다. 몇몇은 현장에 남았고 몇몇은 회사로 복귀했다. 시신을 목격하고 온 한 젊은 기자는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얼굴이 창백했다.

대형 참사 현장을 겪은 기자들은 종종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곤 한다. 10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나는 세월호 침몰 취재를 위해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내려가 두 달을 보냈다. 당시 시신이 너무 많아 팽목항 구석 자갈밭에 임시 시신안치소가 세워졌다. 바다에서 올라온 시신을 구조대원들이 시신 가방에 넣어 들고 올 때면 저벅저벅 소리가 자갈밭에 울렸고, 그 소리는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같이 취재했던 동기들은 한동안 참사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것이 직업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과 여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현장 기자들이 그렇게 일하고 있다. 2022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 기자 544명 중 428명(78.7%)이 ‘기자로 근무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중에는 트라우마가 한 달 이상 갔다는 비율이 43.9%였다. 보통 트라우마가 한 달을 넘어가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분류된다.

역주행 참사가 발생한 날에도 사고를 낸 운전자의 나이가 70대냐, 60대냐, 1956년생 68세냐를 놓고 편집국에선 정보가 엇갈렸다. 기자들이 경찰에 거듭 확인한 뒤에야 ‘68세 남성’이라고 쓸 수 있었다. 현장에서 갓 돌아온 기자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참상의 여파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거듭 취재해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수정, 또 수정하는 일을 계속 했다.

기사 송고, 강판 등 모든 작업을 마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광화문역에서 막차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젊은 기자들은 시신이 옮겨진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이날 누군가는 돌연 생을 마감했고, 누군가는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뛰었다. 누군가는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는 참혹한 광경에 잠들지 못했으며, 그 기억과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다.






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