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가계대출] 고금리 장기화-경기침체 영향 탓 소비-투자 억제해 성장 저해 우려
지난해 한국 가계의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이 전 세계 주요국 중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빚 부담이 증가하는 속도 역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4.2%로 나타났다. 집계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DSR이 높은 국가는 노르웨이(18.5%), 호주(18.0%), 캐나다(14.4%)뿐이었다. DSR은 차주의 상환 능력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이 높을수록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은 DSR의 상승 속도도 주요국 가운데 네 번째로 빨랐다. 지난해 한국의 DSR은 2022년(13.4%)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호주(+3.3%포인트), 노르웨이(+3.0%포인트), 캐나다(+1.0%포인트) 다음으로 빠른 속도다. 핀란드, 포르투갈(이상 +0.7%포인트) 등도 1년 새 DSR이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한국의 DSR은 2.0%포인트 올라 조사 대상국 중 세 번째로 큰 상승 폭을 보였다.
BIS가 DSR을 집계할 때 분모인 소득에 금융부채가 없는 가계가 포함되고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 산정 시 대출 만기를 18년으로 일괄 적용하고 있어 실제보다 과소 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산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대출자 평균 DSR은 38.5%에 달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