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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총선 결선투표서 좌파연합 182석 1위…극우 143석 그쳐

입력 | 2024-07-08 10:26:00

뉴스1


7일(현지 시간) 치러진 프랑스 조기총선 2차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이 예상을 뒤엎고 제1당에 올랐다.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30%대 지지율로 선두를 기록했던 1차 투표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RN는 3위를 차지했지만 앞선 2022년 총선 때보다 의석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7일 결선투표 결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의회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182석을 차지했고, 집권 르네상스당이 주축인 중도 연합 앙상블이 163석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던 극우 RN은 143석으로 3위를 했다. 이번 결선투표의 투표율은 66.63%로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의 투표율(65.5%)보다 높게 집계됐다.

좌파 연합이 1당 자리를 차지한 것을 두고 ‘일주일 간의 대역전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대표인 마리 르펜 의원을 ‘실질적 리더’로 두고 있는 RN이 1차 투표에서 1위에 오르자 현지에서는 RN이 이 기세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중도 성향 범여권과 좌파 연합은 지역구별 RN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에 나섰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1차 투표 이후 2차 투표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하는 48시간 이내에 지역구 224곳에서 NFP와 앙상블 간 후보를 단일화했다.

1차 투표 결과로 중도, 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극우 견제 심리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르네상스당에 거부감이 높은 표심이 여당을 주축으로 한 중도 연합 앙상블보다 좌파 연합 NFP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프랑스에서는 헌법상 총리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부여돼 있지만, 총리 임명에 의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총리를 맡게 된다. 이번 결선투표 결과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인 289석을 차지하지 못한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출범하게 돼 총리 지명부터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까지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는 3대 정당(좌파, 중도, 극우) 가운데 어느 누구도 단독으로 통치할 위치에 있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은 총선 결과가 최종 확정돼야 대통령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이날 집권 르네상스당이 1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26일 개박하는 2024 파리 올림픽으로 인해 필요한 기간에는 직무를 계속 수행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회 1당과 이에 따른 최연소 총리 자리를 노리던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29)는 3위라는 결과에 유감을 표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NFP의 승리에 “불명예스러운 동맹이 프랑스를 극좌의 품에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층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럼에도 극우 정당의 약진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앞서 RN은 2022년 총선 당시 89석에서 불과 2년 만에 143석으로 의석 수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르펜 의원은 프랑스 TFI 방송에 “우리의 승리는 조금 늦춰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의원 수를 두 배로 늘렸으니 실망할 게 없다”며 “극우 물결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