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큰손 폴란드, 우리 정부에 무인기 구매 요청 韓 대표단, 무인기 운용 살펴보러 이번 주말 폴란드 방문 폴란드 무인기, 우크라 전쟁서 우수한 실전 성능 입증 우크라, 한 달 1만대 소모…우리 군 무인기 다 합해도 1만 대 못미쳐 北위협에 안보 상황 악화 시 올해 안 100여 대 긴급 도입 가능성 “폴란드 무기 수입 통해 한-폴 관계 오래 이어가야”
최근 2년간 K-9 자주포, K-2 전차 등 약 28조 원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큰손’ 폴란드가 우리 정부에 폴란드산 무인기 구매를 공식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폴란드 무인기의 효용성과 한반도 전장에서의 적합성, 현지 무인기 운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국방부, 방위사업청, 드론작전사령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번 주말 폴란드에 보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폴란드산 무인기는 우크라이나에 지원돼 전쟁에서 사용되면서 표적 정밀 타격 등 실전 능력이 검증된 무기다. 그런 만큼 우리 군도 유사시 대북 타격 능력 확보를 위해 빠르면 올해 안에 폴란드 무인기를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우리 대표단이 이번 주말 폴란드를 찾는 것을 계기로 폴란드산 무인기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만 일방적으로 한국산 무기를 사주는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한국과 폴란드가 관계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려면 어느 정도 상호호혜적일 필요가 있다”며 “폴란드산 무인기를 구매할 경우 향후 폴란드로의 우리 무기 수출이 더 촉진될 것”이라고 했다.
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20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당시 무인기 구매 요청을 해왔다.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무인기를 계속 지원하면서 무인기의 우수한 성능이 검증된 것은 물론 대량 생산도 가능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측은 정찰, 자폭 등 용도에 따른 무인기 여러 종류를 우리 측에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가 보여준 무인기 중엔 자폭공격용인 워메이트 무인기도 포함됐다. 이는 올해 4월 러시아가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이동식 레이더 기지를 타격해 파괴하는 등 전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폴란드 무인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는데 쓰이고 있는 폴란드산 워메이트 무인기.
●北 위협 대응 위해 자폭공격용 무인기 대량 도입 필요
지난해 9월 군 당국은 무인기, 즉 드론이 현재와 미래전 전황을 좌우하는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했고, 드론을 유사시 정찰 및 타격 작전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지금까지는 최소 수십 억 원 이상의 고성능 정찰용 대형 무인기 중심으로 확보해왔다. 유사시 적진 깊숙이 침투해 자폭공격 임무를 수행할 저가의 소형 무인기는 충분히 확보해두지 못한 것. 통상 군용 무인기는 대당 1억 원 미만도 저가로 분류된다. 폴란드 워메이트는 대당 1억 원 미만으로 대표적인 소형 자폭공격용 무인기다.
우리 군이 보유한 무인기도 유사시 활용하기엔 부족한 만큼 우크라이나 사례를 참고해 저가의 자폭공격용 무인기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치르며 소모 중인 무인기는 한 달 기준 1만 대에 달하지만 우리 군 무인기는 모두 합쳐도 1만 대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전에서는 적진의 표적 주변을 배회하다가 기습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승기 확보에 있어 핵심”이라며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타격 임무를 수행할 무인기는 대형 첨단무기 보다 오히려 전황을 바꾸는데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군에는 특수전사령부 특임여단을 제외하면 타격용 무인기가 거의 없어 소형 자폭공격용 무인기의 대량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 무인기를 들여올 경우 북한 위협 억제에도 도움이 되는 한편 우리 정부가 폴란드 무기를 최초로 수입함으로써 폴란드를 한국산 무기를 지속적으로 구매할 핵심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