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뉴시스
이상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을 굽혔다 펴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때 손목 부위에 뭔가 걸리는 느낌과 통증이 심해진다면 손목건초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8일 말했다.
손목건초염은 손이나 손목의 과다 사용 등으로 손목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이어지는 힘줄(신전근건)에 손상이 발생하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1895년 손목건초염을 처음 보고한 스위스 외과의사 프리츠 드 퀘르벵의 이름을 따 ‘드퀘르벵병’이라고도 부른다.
간혹 손목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을 혼동하기도 한다. 두 질환은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증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질환으로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프지만, 손목건초염은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손목건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과 부종이다. 아픈 압통, 관절 운동의 장애, 근력 약화 등도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욱 교수는 “손목건초염이 발생하면 가벼운 움직임에도 통증이 느껴진다”며 “손목의 찌릿찌릿한 증상으로 가벼운 물건을 잡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손목건초염은 피아니스트, 수공예가, 요리사, 게이머 등 손목을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 흔하다. 또 손목을 많이 안 쓰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해서 사용하거나, 평소 안 하던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생길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젊은층보다는 중노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젊은층은 대사가 활발해 염증이 생겨도 금세 가라앉지만, 나이가 들면 염증이 축적되며 증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손목건초염을 스스로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싼 후 주먹을 쥔 상태에서 손목을 아래로 꺾는 핀켈스타인 검사(Finkelstein test)가 있다. 이 검사를 진행했을 때 통증이 심하거나 방사통이 있으면 손목건초염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통증 발생 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최상의 치료법 휴식…방치 시 치료강도·재발률 높아
손목건초염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휴식이다. 특히 엄지손가락과 손목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발생했다면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
증상이 지속되면 통증 부위에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강력한 소염진통 효과로 부기를 가라앉힌다. 만약 일련의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은 힘줄을 덮고 있는 활차(인대)의 일부를 잘라 힘줄에 대한 압박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손목건초염은 증상이 나타나도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하게 아파 일상생활이 힘들면 그때야 병원을 찾는다. 초기에는 휴식과 간단한 보존치료로 완치할 수 있지만, 방치하는 기간이 길수록 치료의 강도와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진단만으로 스스로 처치하는 것도 문제다. 찜질도 증상과 시기에 따라 냉온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만성인 상태에서 냉찜질하면 오히려 증상만 악화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 교수는 “평소 손목 건강을 위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무리한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손목을 자주 사용한다면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틈틈이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도움 된다”고 조언했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