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 6명은 검찰 송치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조사를 위해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4일 오전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마친 뒤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5.14. 뉴스1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8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제기된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찰은 수중 수색 지시를 임의로 내린 제11포병 대대장을 포함한 현장 지휘관 6명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포11대대장이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게 하는 지시를 내린 것이 채 상병 사망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7여단장이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한계를 설정해 지시한 수색 지침을 포11대대장이 임의로 변경해 허리 높이의 수중 수색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할 뿐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임 전 사단장이 7여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수색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실종자들을 수색·구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전 관련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임 전 사단장이 부대원들에게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아온 하급 간부 2명에게는 안전통제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고, 병사들과 같이 수색대원으로서 수색 활동한 것으로 확인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판단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포11대대장과 7여단장 등 6명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포11대대장은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게 하는 지시를 임의로 내린 책임이, 7여단장은 작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포11대대장이 지침을 변경하는 데 영향을 미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내부 논의에서 7여단장에 대해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선 포11대대장이 변경 지시한 수색 지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상부에 확인해 지침을 철회·변경하거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예상되는 위험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앞서 법대 교수와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도 5일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경찰 이첩을 승인했던 이 전 장관은 하루 만에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러나 박 전 단장은 이 전 장관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을 통해 명령한 이첩 보류는 정식 명령이 아니라며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박 전 단장은 보직 해임됐고, 항명 혐의로 입건됐다. 국방부 군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에서 회수한 뒤 혐의자를 대대장 2명으로 축소해 다시 경찰에 이첩했다. 이에 박 전 단장 등이 임 전 사단장을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를 이어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