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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배신자’ 비난 쇄도…박수 못 받고 출범하는 홍명보호 2기

입력 | 2024-07-08 18:22:00

홍명보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뉴스1 DB


축구 국가대표팀이 10년 만에 ‘홍명보호’로 새롭게 출발한다. 홍명보(55) 감독은 5개월 동안 정식 사령탑 없이 흔들리던 대표팀을 구할 소방수로 낙점됐지만, 그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해임된 뒤 공석 상태였던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협회는 지난 5월 제시 마쉬 캐나다 대표팀 감독 등 우선 협상 대상자와 계약에 실패하자 97명의 후보자를 두고 다시 선임 작업을 진행했고, 결국 K리그1 울산 HD를 이끌던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파격 대우도 약속했다. 우선 역대 대표팀 전임 국내 지도자 중 최고액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계약 기간도 약 2년 6개월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과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등 메이저 대회 두 개를 홍명보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7.8. 뉴스1


월드컵 본선에 나선 역대 대표팀 전임 감독은 대회를 끝으로 모두 물러났는데, 홍 감독은 ‘다음 기회’를 보장받은 셈이다.

감독 선임 실무를 책임진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협회의 게임 모델과의 부합성 △적절한 경기 운영 방식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앞서 지도자로 이뤄낸 성과 △한국 축구대표팀 지도한 경험 △대표팀의 촉박한 일정 △외국인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 8가지 근거로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홍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과정을 공개하면서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H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일부 팬들이 내건 ‘한국 축구는 죽었다!’고 적힌 현수막 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DB



하지만 축구 팬들은 이번 감독 선임 절차에 분노했다. 인터넷 축구 전문 커뮤니티에는 홍 감독 선임에 대해 성토하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 엉터리 일 처리로 감독 선임을 제대로 못하다가 끝내 K리그 현역 감독을 빼가는 협회의 무능함에 불만을 터뜨렸다. 유력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부정적 견해를 밝히다가 이 이사와 면담 후 10시간 만에 대표팀 사령탑 직을 수락한 홍 감독에게도 거세게 비판했다.

일부 팬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명분을 만들기 위해 시간만 질질 끌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팬도 홍 감독을 향해 ‘통수’ ‘배신자’ ‘거짓말쟁이’ 등 격한 표현으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잃게 된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도 “대한축구협회는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며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규탄했다.

2013~2014년 대표팀을 이끌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홍명보 감독은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을 지휘, 명예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2013년 6월에도 그의 선임을 둘러싼 여론이 우호적이진 않았지만,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에는 충분히 감독을 선임할 시간을 두고도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홍 감독을 무리하게 대표팀 수장에 앉힌 협회를 향한 쓴소리가 더 많았다.

적어도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는 기대감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홍 감독이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출발선에 섰지만, 이번에는 여론이 냉담하기만 하다. 홍 감독을 향한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