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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파트 전세 비중 3년만에 최고… “집값 자극”

입력 | 2024-07-09 03:00:00

올초 ‘신생아 특례대출’ 선보여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유리
빌라사기 영향, 중저가 단지 몰려
당국, 전세대출도 DSR 적용 검토





서울 도봉구에서 전월세 거래가 가장 활발한 창동의 1980채 규모 주공 17단지. 8일 집계 기준으로 올해 2분기(4∼6월) 전세는 64건, 월세는 33건이 계약됐다. 전세 비중이 66%로 작년 같은 분기(55%) 대비 11%포인트 높다. 전용면적 36∼49㎡ 전셋값이 1억∼2억 원대로 저렴한 편이어서 1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많이 이사왔다고 한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빌라나 다가구에서 살던 젊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파트라 문의가 꾸준하다”며 “낮은 금리의 정책 대출 상품이 나오면서 월세보다는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월세 전환 추세가 나타났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거래 비중이 3년 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 인하와 빌라 전세사기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1년 이상 상승 중인 전셋값은 물론이고 집값까지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부동산R114가 전월세 거래 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2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4일 신고 기준)을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전세 계약 비중은 61.1%였다. 1분기(1∼3월)보다 2.5%포인트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2021년 2분기(62.2%)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 3분기(7∼9월)부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 비중은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인상돼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22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그해 4분기(10∼12월) 전세 비중은 52.1%까지 하락했다. 월세 비중은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7.9%까지 올랐다.

전세 비중이 다시 높아진 것은 대출 금리가 안정을 찾으면서부터다. 5개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신한·NH농협은행)의 평균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4.4%에서 올해 6월 4.0%로 낮아졌다. 반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지난해 12월부터 4%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는 것보다 전세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이 유리해진 것이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 적용이 가능하거나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의 전세 비중이 높았다. 서울 25개 구 중 2분기 전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동작구(67.8%), 도봉구, 은평구(각각 67.7%)였다. 올해 1월 29일 도입된 신생아 특례대출 중 전세 대출 신청은 지난달 21일까지 7572건, 총 1조4547억 원이었다. 빌라·다가구를 중심으로 대형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자 세입자들이 대거 아파트 전세로 옮겨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전세 수요 상승은 추후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신용대출, 카드론 등 제반 대출의 상환 원리금 등의 비율이 40%(은행 기준)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서민 자금줄을 옥죌 수 있다고 판단해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