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신생아 특례대출’ 선보여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유리 빌라사기 영향, 중저가 단지 몰려 당국, 전세대출도 DSR 적용 검토
서울 도봉구에서 전월세 거래가 가장 활발한 창동의 1980채 규모 주공 17단지. 8일 집계 기준으로 올해 2분기(4∼6월) 전세는 64건, 월세는 33건이 계약됐다. 전세 비중이 66%로 작년 같은 분기(55%) 대비 11%포인트 높다. 전용면적 36∼49㎡ 전셋값이 1억∼2억 원대로 저렴한 편이어서 1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많이 이사왔다고 한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빌라나 다가구에서 살던 젊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파트라 문의가 꾸준하다”며 “낮은 금리의 정책 대출 상품이 나오면서 월세보다는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8일 부동산R114가 전월세 거래 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2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4일 신고 기준)을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전세 계약 비중은 61.1%였다. 1분기(1∼3월)보다 2.5%포인트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2021년 2분기(62.2%)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 적용이 가능하거나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의 전세 비중이 높았다. 서울 25개 구 중 2분기 전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동작구(67.8%), 도봉구, 은평구(각각 67.7%)였다. 올해 1월 29일 도입된 신생아 특례대출 중 전세 대출 신청은 지난달 21일까지 7572건, 총 1조4547억 원이었다. 빌라·다가구를 중심으로 대형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자 세입자들이 대거 아파트 전세로 옮겨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전세 수요 상승은 추후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신용대출, 카드론 등 제반 대출의 상환 원리금 등의 비율이 40%(은행 기준)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서민 자금줄을 옥죌 수 있다고 판단해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