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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기업 육성, 대학이 나선다

입력 | 2024-07-09 03:00:00

구미형 산학협력 ‘K-STAR 300’
의료용 고분자 기업 원바이오젠… 금오공대와 창상피복제 공동 연구
교수-기업 일대일 상생 동맹 맺어… 기술뿐 아니라 제품 개발까지 함께
1기 164곳, 2기 수요 조사 시작



2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원바이오젠 기술연구소에서 직원이 원료를 배합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원바이오젠 기술연구소. 직원들이 신소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생체친화성 의료용 고분자 전문기업이다. 국내 의료시장에서는 습윤드레싱제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상피복제를 일컫는 이 제품은 상처가 난 피부에 부착해 균의 침입을 막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게 회복하도록 돕는다.

창상피복제는 원바이오젠과 권오형 국립금오공대 산학협력단장(고분자공학과 교수)이 공동 개발했다. 원바이오젠은 2006년 금오공대 창업보육센터에서 1인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지금까지 권 단장과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총 14건의 특허를 출현했다. 기술 이전료는 약 3억6000만 원이라고 한다.

원바이오젠은 2021년 화장품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마스크팩과 미스트, 보습크림, 세럼 등을 판매 중이다. 창상피복제 기술을 접목해 기능성 화장품 시장으로 진출한 것. 올해는 화장품 영업 부서도 신설했다. 해외와 병원, 이커머스(온라인 전자상거래) 등으로 나눠 인력도 확충했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국제 화장품 박람회에도 참가했다. 김원일 원바이오젠 대표는 “유럽과 중동, 미주권 국가에 제품 인허가를 추진 중”이라며 “의료기기 화장품 소비자 요구가 커지면서 회사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구미형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 사업(K-STAR 300)으로 확대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STAR 300은 잠재적 혁신기업 300곳과 대학교수 300명이 일대일 산학결연을 통한 초일류 과학기술 상생 동맥을 구축하는 것이다. 금오공대는 2040년까지 지역경제를 이끌 앵커(선도)기업 10곳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존 산학협력이 기술이전에 머물렀다면 K-STAR 300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 전체 주기로 시스템을 혁신했다. 금오공대는 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해당 교수를 ‘기업 연구소장’으로 임명하고 대학 연구실은 기업 연구소 분소로 지정했다. 캠퍼스 인프라를 무제한 개방해 실질적인 산학 상생 동맹을 구축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산학 중심 교육과 공동 연구 참여, 동맹 기업 취업, 청년들의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K-STAR 300은 벌써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금오공대 신소재연구소와 포스코 기술연구원, 탄소소재 전문기업 ㈜카보랩, 금성테크㈜는 올해 인조 흑연 전극봉 시제품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화석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쓰이는 전극봉이 핵심인데,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약 1년의 개발 기간 동안 금오공대 신소재연구소는 원천기술 제공을, 카보랩은 다양한 원료의 배합 기술 및 열처리 기술을, 금성테크는 전극봉 압축 성형을 맡아 국내 최초로 시제품을 만들었다. 노재승 금오공대 신소재연구소장(신소재공학부 교수)은 “경북도와 구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지원 덕분”이라며 “지름 100mm의 흑연전극봉 개발에 성공한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800mm 개발까지 성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STAR 300 1기 기업은 현재 164곳이다. 금오공대는 이달 2기 모집을 위해 기업 수요를 조사하고, 교수 일대일 매칭 작업도 할 계획이다. 곽호상 총장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대학도 기업도 서로의 벽을 허물고 상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K-STAR 300이 지역과 대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범적인 해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