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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지사 선거 깜짝 2위’ 42세 흙수저 “다음엔 기시다에 도전”[지금, 이 사람]

입력 | 2024-07-09 03:00:00

은행원-시골 시장 출신 이시마루
SNS에 당찬 유세영상 퍼지며 인기
日 커피숍 체인 회장, 후원회장 나서





“(국회의원 출마는) 당연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지역구?”

7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야권 거물 후보 렌호(蓮舫) 전 의원을 꺾고 2위에 오른 이시마루 신지(石丸伸二·42·사진) 후보의 말에 지지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예상을 깬 선전에 일본 언론들은 ‘이시마루 쇼크’라며 3선에 성공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 못잖게 주목했다.

일본에서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유권자를 끌어모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늘 정권을 잡으며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반성하지 않는 여당, 집권 의지가 제대로 안 보이는 무기력한 모습의 야당 등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젊은이들이 이시마루를 찍었다. 인구 1400만여 명의 도쿄에서 30만 표만 받아도 기적이라고 했지만, 개표 결과 165만 표(24.3%)를 얻었다.

세습 정치인, 재벌급 자산가가 즐비한 일본 정치권에서 이시마루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흙수저 정치인’이다. 1982년 히로시마현 출신으로 아버지는 버스 기사였다. 명문 국립대인 교토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일본 최대 금융사 미쓰비시UFJ은행에 입행했다. 2020년 은행을 그만둔 뒤 인구 2만4000여 명의 아키타카타(安芸高田)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전직 시장이 뇌물 수수로 사퇴하며 치러진 선거였다.

시골 지자체장인 이시마루가 전국 스타가 된 건 시의회와 싸우면서다. 자신이 출석한 시의회에서 시의원이 코를 골며 졸자 그는 “잠이 오지 않게 답변하겠다”고 쏘아붙였다. 의회가 반발하자 “(그런 변명은) 국어 시험이었다면 0점이었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박했고, 이게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4년 임기를 마무리 지으며 그는 도쿄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골 소도시 초선 시장의 당돌한 도전에 “선거는 장난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해지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도 고이케 지사와 렌호 전 의원의 일대일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이시마루 후보 스스로 “개미가 코끼리에 도전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유세 기간이 시작되자 젊은이가 몰리는 아키하바라, 시부야 등에서 밑바닥 선거전에 돌입했다. SNS에 그의 유세 영상이 퍼지면서 주목도가 올라갔다. 유튜버들이 유세를 쫓아다니는,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일본 최대 커피숍 체인 창업자인 도리바 히로미치(鳥羽博道·87) 명예회장은 그의 유세 영상을 보고 “장어가 헤엄치듯 정치를 바꿀 사람이 나타났다”며 후원회장으로 나섰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시마루 후보 영상만 700편, 총시청 횟수는 1억2000만여 회에 달했다. 자원봉사자 모집에 5000명 이상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