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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러닝 명소로 떠오른 ‘러너 스테이션’

입력 | 2024-07-09 03:00:00

서울시 ‘펀 스테이션’ 1호 사례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유휴공간…무동력 트레드밀-라커룸 등 설치
평일엔 전문 코치가 달리기 지도…시민 참여형 러닝 프로그램도 풍성



4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지하 1층 빈 공간에 마련된 러닝 전문 시설 ‘러너 스테이션’에서 시민들이 러닝 전문 코치 지도 아래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뛰어 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발은 주황색 선을 넘지 않도록 해주세요. 뛰다 보면 앞에서 당기는 느낌이 들 거예요.”

4일 오후 5시 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지하 1층. 러닝 전문 코치가 개찰구 옆에 마련된 ‘러너 스테이션’에서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달리며 기자에게 자세를 가르쳐줬다. 이곳에선 달리는 자세 외에도 적정 심박수와 장거리 페이스 단축법 등 평소 러닝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상담받을 수 있었다.

● 퇴근 후 직장인 러너 모이는 지하철역


올 5월 문을 연 러너 스테이션이 퇴근길 한강 러너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공간은 서울시가 역내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인 ‘펀 스테이션’ 1호 사례다. 이전부터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공원 일대는 러너들이 선호하는 장소였다. 이에 서울시는 예산 26억5000만 원을 들여 역내 2개 층 일부 구역에 라커룸과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이곳을 아예 ‘러너들의 성지’로 만들었다.

이날 찾은 러너 스테이션은 기둥과 에스컬레이터에 검은 바탕에 날카로운 글씨체로 ‘Everyday Running’ 등 역동적인 문구와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었다. 벽에 달린 스크린에선 주변 러닝 코스와 사진 명소를 소개하고 있었다. 근육량과 체지방 등을 측정하는 인바디 기계도 마련돼 있었다.

러너들로부터 특히 인기를 끄는 건 무동력 트레드밀과 라커룸이었다. 평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이 있으며 러닝을 직업으로 둔 전문 코치가 트레드밀 위를 뛰는 시민들을 지도해주고 있다. 퇴근길에 이곳을 찾은 직장인 오준혁 씨(39)는 “전동 러닝머신과 다르게 맨땅에서 뛸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 요즘처럼 비 오는 날 이용하기 좋겠다”며 “전문가가 옆에 있어 부상 위험도 안심”이라고 말했다.

58개 물품 보관함과 4개 탈의실도 갖춰 퇴근길 짐을 내려놓고 러닝을 즐길 수 있다. 친구와 함께 라커룸에 짐을 풀고 한강공원으로 향한 직장인 장유진 씨(28)는 “인스타로 알게 돼 오늘 처음 방문했다”며 “뛰기 전에 짐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생긴 만큼 여의도에서 러닝 모임도 들고 애용하려 한다”고 했다.

● 러닝 클래스, 기부행사도 열려


서울시는 러너 스테이션을 거점 삼아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5월 말부터 9개의 러닝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우선 러너 스테이션에서 트레드밀을 뛰어 보거나 에너지젤과 음료, 운동화 등 러닝 관련 제품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는 4000명 넘는 시민이 찾았다. 뉴발란스와 프로스펙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한 요일별 러닝 클래스에는 8주간 시민 920명이 참여했다.

여의도 둘레길을 1km 걷거나 달릴 때마다 100원씩 적립되는 ‘기부런’에는 총 1만8705명이 참여해 기부금 3000만 원이 모여 뇌병변장애인 마라톤 훈련 지원에 쓰이게 됐다. 지난달 2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실내 마라톤 전용 트레드밀 8.4km 달리기 대회에는 시민 러너 360명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서울시는 하반기(7∼12월)에도 러너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시민 참여형 이색 클래스를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시각 장애인들이 마라톤에 참여할 때 곁에서 발맞춰 뛰는 가이드 러너가 필요한데,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가이드 러너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장애인 러너와 연결해주는 클래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러닝 크루를 대상으로 응급 상황 대처 방법이나 사진 촬영 ‘꿀팁’을 알려주는 클래스도 검토 중이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