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용 작가의 여름 강원도 추천 명소 ‘자연생태 명소’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나무 69만 그루가 이색풍경 선사 추암해수욕장, 일출사진 명소로 유명 ‘기적의 도서관’ ‘박인환 문학관’ 등 실내에서 즐기는 피서도 매력적
눈 쌓인 듯 시원한 자작나무 속으로
자작나무숲에 들어서면 하늘까지 뻗는 자작나무 절경에 꿈 속을 걷는 느낌이다.
이곳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에 자작나무 69만 그루를 심어 조성한 자연 생태 관광지다. 능선을 따라 자작나무가 어깨를 맞대고 빽빽하게 자라난 형상이 아름다워 인제의 최고 명소이자 자랑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 두 차례 왔던 곳인데도 이전 기억이 사라진 듯 첫눈에 반한 여인을 마주한 사람처럼 휘둥그레하며 숲을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주변의 새소리와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자작나무를 감쌌던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고 지난다. 이렇게나 오감을 충족할 수 있는 여름 피서지가 있었던가. 산행을 끝내기도 전에 ‘가족과 다시 와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 여름이 이렇게나 좋으면 다른 계절은 어떨까. 눈 내린 자작나무숲이 궁금해졌다.
햇살 쏟아지는 한여름, 피서를 논하면서 바다를 빼놓는 건 아쉽다.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허파’라는 이름답게 빽빽한 청정 숲을 품고 있지만 알다시피 휴전선 남쪽 최북단 고성에서 경상도와 맞닿은 삼척까지 깊고 푸른 바다가 이어지는 ‘해변 맛집’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동쪽에 있는 바다 전체를 동해라고 부르는데 지명도 똑같은 동해시에 괄목상대하고 볼 만한 좋은 관광 명소가 여럿이다. 어디를 가나 인산인해인 여름 바다에 질렸다면 동해의 여기에 주목하자.
일출의 순간 추암 촛대바위는 그림이 된다.
어선이 드나드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인근 묵호항도 볼거리다. 1936년 삼척 일대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작은 항구로 출발해 1941년엔 국제 무역항으로, 1976년엔 대규모 확장 공사를 통해 다양한 물자를 나르던 곳이었는데 현재는 어업을 주로 하는 항구다. 속초나 강릉 등지에서 봤음 직한 어시장과 비슷한데 차분하고 정감 있다. 항구 인근엔 최근 도깨비를 주제로 한 도깨비골 스카이밸리가 인기다. 잘 닦여진 길을 따르다가 도깨비 모형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높다란 전망대에 올라 망망대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마음의 양식 쌓는 실내 피서는 어떨까
도서관과 공연장, 쉼터 느낌을 살린 기적의 도서관의 실내 공간.
지역의 도서관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휴가를 떠난 김에 도서관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찾은 김에 인근에서 휴가를 즐기는 주객전도의 피서. 인제 ‘기적의 도서관’이라면 이를 충족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기적의 도서관은 우선 첫인상에서 만점을 줄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전체가 탁 트인 시야를 따라 서가, 독서 공간, 모임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치 공연장 같기도 하고 대형 휴게공간 같기도 하다. 대도시엔 더 크고 잘 꾸며진 도서관도 여럿이지만 휴양지로 손색없는 소도시에 시스템이 알찬 도서관은 큰 매력이다. 앞서 인제 자작나무숲을 소개했으니 산책하듯 힐링하러 왔다가 이곳에 들러 반나절 정도 머문다면 몸과 마음의 균형 있는 휴식도 가능하다.
채광이 좋아 독서가 즐거운데 공간은 또 시원하다. 도서관이지만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 공연 등의 이벤트도 열고 있어서 일정만 맞는다면 즐거움을 추가할 수 있다.
도서관만 오기에 아쉽다면 ‘잠깐!’ 주변에 볼거리는 더 있다. 시인 박인환의 문학과 삶을 모아 놓은 박인환문학관이 옆 건물이다. 1926년 태어나 30살의 짧은 생을 살았던 천재 시인 박인환을 기념한 공간인데 시인의 연대기나 유작, 유품을 전시해 놓은 다른 문학관과는 달리 박인환과 관련된 역사적 명소를 마치 드라마 세트처럼 생생하게 꾸며 놓아 이색적이다. 가족이 방문한다면 도서관과 연계해 향수를 떠올리며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문학관 옆으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도 있다. 이만하면 올여름 실내에서 즐기는 시원한 피서로 충분하지 않을까.
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music@murep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