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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인파에 불편하던 휴가는 안녕∼”…인제 자작나무숲, 동해 해변 거닐며 더위 피하고 심신 건강까지 챙겨요

입력 | 2024-07-10 03:00:00

이두용 작가의 여름 강원도 추천 명소
‘자연생태 명소’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나무 69만 그루가 이색풍경 선사
추암해수욕장, 일출사진 명소로 유명
‘기적의 도서관’ ‘박인환 문학관’ 등 실내에서 즐기는 피서도 매력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태양은 강렬하고 그늘도 푹푹 찐다.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국내외 명소를 검색해 보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피서지를 떠올리면 매년 사람에 치이고 바가지요금에 치였던 기억 때문이다. 올해는 더위를 피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느린 여행을 추천한다. 산책하듯 숲을 걷고, 일출 명소에서 바다를 조망하고, 시원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명상할 수 있는 힐링 피서다.



눈 쌓인 듯 시원한 자작나무 속으로

자작나무숲에 들어서면 하늘까지 뻗는 자작나무 절경에 꿈 속을 걷는 느낌이다.

여름 피서지로 보통은 해변이 있는 바다와 계곡물이 흐르는 산으로 향한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두 개의 선택지와는 별개지만 버금가는 여름 명소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숲이 내어준 그늘을 따라 새하얀 자작나무 사이를 걷는 체험으로 어느 곳보다 이국적인 데다 더위는 물론 마음의 묵은 때까지 씻길 만큼 심신에 힐링을 준다.

이곳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에 자작나무 69만 그루를 심어 조성한 자연 생태 관광지다. 능선을 따라 자작나무가 어깨를 맞대고 빽빽하게 자라난 형상이 아름다워 인제의 최고 명소이자 자랑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강원도 청정 도로를 달려 주차장에 도착하면 바로 들머리와 이어진다. 1시간과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 두 개의 코스가 있는데 야트막한 경사라 남녀노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초반부터 자작나무가 반기는 건 아니다. 나무 그늘로 들어가 구불거리는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늘이 열리면서 새하얀 자작나무가 사방을 에워싼다. 영화나 드라마의 절정 장면을 만난 듯 자작나무가 그려낸 절경에 빠져 감탄사를 연발한다. 올라오며 잠시 흘린 땀이 아깝지 않다. 풍경은 글이나 말로 설명이 안 된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 숲의 풍경 위에 전혀 다른 설경을 오버랩해서 그린 유화 작품 같다. 비현실적인 장면에 너나 할 것 없이 계속 셔터를 눌러댄다.

이미 두 차례 왔던 곳인데도 이전 기억이 사라진 듯 첫눈에 반한 여인을 마주한 사람처럼 휘둥그레하며 숲을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주변의 새소리와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자작나무를 감쌌던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고 지난다. 이렇게나 오감을 충족할 수 있는 여름 피서지가 있었던가. 산행을 끝내기도 전에 ‘가족과 다시 와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 여름이 이렇게나 좋으면 다른 계절은 어떨까. 눈 내린 자작나무숲이 궁금해졌다.



볼거리 가득한 동해로 풍덩∼

햇살 쏟아지는 한여름, 피서를 논하면서 바다를 빼놓는 건 아쉽다.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허파’라는 이름답게 빽빽한 청정 숲을 품고 있지만 알다시피 휴전선 남쪽 최북단 고성에서 경상도와 맞닿은 삼척까지 깊고 푸른 바다가 이어지는 ‘해변 맛집’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동쪽에 있는 바다 전체를 동해라고 부르는데 지명도 똑같은 동해시에 괄목상대하고 볼 만한 좋은 관광 명소가 여럿이다. 어디를 가나 인산인해인 여름 바다에 질렸다면 동해의 여기에 주목하자.

일출의 순간 추암 촛대바위는 그림이 된다.

오래전부터 전국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추암 촛대바위 인근 추암해수욕장은 아담하지만 아름답고 깨끗한 데다 인적도 드물어서 오롯한 휴가지로 제격이다. 한낮 더위를 피해 새벽 산책을 나와 일출 사진을 찍고, 낮에는 고요한 해변에서 피서를 즐겨도 좋다. 해변 한편에 펼쳐진 기암괴석이 워낙 수려해 국내 여느 해변은 물론 해외 휴양지 부럽지 않다. 촛대바위는 실제 하늘로 뾰족하게 솟아오른 촛대를 닮은 바위다. 해가 뜰 때 촛대 모양의 심지 부분에 태양을 걸쳐서 사진을 찍으면 더 아름다워 일출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일출 시각이 아니어도 바다와 이어진 길을 따르면 자연이 깎아낸 기암괴석이 끊임없이 펼쳐져 걷기에 좋다. 코스 중에 만나는 흔들다리도 명물이다.

어선이 드나드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인근 묵호항도 볼거리다. 1936년 삼척 일대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작은 항구로 출발해 1941년엔 국제 무역항으로, 1976년엔 대규모 확장 공사를 통해 다양한 물자를 나르던 곳이었는데 현재는 어업을 주로 하는 항구다. 속초나 강릉 등지에서 봤음 직한 어시장과 비슷한데 차분하고 정감 있다. 항구 인근엔 최근 도깨비를 주제로 한 도깨비골 스카이밸리가 인기다. 잘 닦여진 길을 따르다가 도깨비 모형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높다란 전망대에 올라 망망대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마음의 양식 쌓는 실내 피서는 어떨까

도서관과 공연장, 쉼터 느낌을 살린 기적의 도서관의 실내 공간.

최근 일본 소도시 여행을 다녀왔다. 보름간 오토바이를 타고 3000㎞를 달렸는데 여행 중 만난 시골 도서관이 꽤 인상적이었다. 구마모토 외곽의 논밭 한가운데 있는 건물이었는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외관에 최신식 시설로 채워진 실내가 놀라웠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이 피서지의 관광객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지역의 도서관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휴가를 떠난 김에 도서관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찾은 김에 인근에서 휴가를 즐기는 주객전도의 피서. 인제 ‘기적의 도서관’이라면 이를 충족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기적의 도서관은 우선 첫인상에서 만점을 줄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전체가 탁 트인 시야를 따라 서가, 독서 공간, 모임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치 공연장 같기도 하고 대형 휴게공간 같기도 하다. 대도시엔 더 크고 잘 꾸며진 도서관도 여럿이지만 휴양지로 손색없는 소도시에 시스템이 알찬 도서관은 큰 매력이다. 앞서 인제 자작나무숲을 소개했으니 산책하듯 힐링하러 왔다가 이곳에 들러 반나절 정도 머문다면 몸과 마음의 균형 있는 휴식도 가능하다.

채광이 좋아 독서가 즐거운데 공간은 또 시원하다. 도서관이지만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 공연 등의 이벤트도 열고 있어서 일정만 맞는다면 즐거움을 추가할 수 있다.

도서관만 오기에 아쉽다면 ‘잠깐!’ 주변에 볼거리는 더 있다. 시인 박인환의 문학과 삶을 모아 놓은 박인환문학관이 옆 건물이다. 1926년 태어나 30살의 짧은 생을 살았던 천재 시인 박인환을 기념한 공간인데 시인의 연대기나 유작, 유품을 전시해 놓은 다른 문학관과는 달리 박인환과 관련된 역사적 명소를 마치 드라마 세트처럼 생생하게 꾸며 놓아 이색적이다. 가족이 방문한다면 도서관과 연계해 향수를 떠올리며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문학관 옆으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도 있다. 이만하면 올여름 실내에서 즐기는 시원한 피서로 충분하지 않을까.

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music@murep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