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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잦은 다발골수종… 신약 나와도 보험 적용은 산 넘어 산”[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입력 | 2024-07-10 03:00:00

다발골수종
혈액암의 일종으로 골수서 증식… 이상 단백 증가해 심장-신장 손상
30대도 발병하고 재발 주기 짧아… “치료 위해 신약 보험 적용 속도를”



한국다발골수종환자연합회 카페를 이끌고 있는 김종대 씨(왼쪽)와 사진작가 이연실 씨는 현재 투병 중이지만 다발골수종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대한암학회가 암 치료와 예방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암 주간이 진행됐다. 이번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암 주간을 맞아 다발골수종에 걸렸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두 환자를 만났다.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잘 몰랐던 중증 희귀 난치 질환에 대해 알리고 치료 및 극복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공유하는 코너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주로 고령자에게 나타나며 현재도 완치가 어렵고 재발도 잘되는 질환이다. 다발골수종은 면역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혈액암으로 변해 주로 골수에서 증식한다. 이 때문에 건강한 항체 대신 비정상 항체(M-단백)를 분비한다. 비정상 항체는 뼈에 침범해 녹이고 잘 부러지게 하거나 골수에 들어가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각종 혈구 수치를 감소시켜 감염, 빈혈, 출혈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나게 한다.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혈액암 중 림프종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며 “혈액 내 이상 단백이 증가해 심장이나 신장이 손상되고 어려움을 겪는 혈액암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발골수종환자 모여 치료 경험-정보 공유


한국다발골수종환자연합회 카페를 이끌고 있는 김종대 씨와 사진작가 이연실 씨는 2023년 봄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치료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고 있다.

이 씨는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기까지 6개월을 보냈고 9년에 걸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다발골수종이 네 번째 재발해 임상에 참여 중이다. 첫 시작은 2016년 폐렴을 앓고 입원했다가 혈색소 수치가 갑자기 떨어졌을 때였다. 이후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아 유명 안과들을 방문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시신경이 부어 스테로이드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눈은 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척수검사, 골수검사 등 수차례 정밀 검사를 통해 다발골수종 전 단계인 엠거스(혈액 내 M-단백이 증가한 상태)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이후 6개월이 지나 병원을 찾았을 때 M-단백 수치가 높게 검출돼 4개월 동안 암 치료를 받고 자가조혈모이식을 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재발하는 등 이후 치료와 재발이 반복됐다. 다행히 임상 약이 잘 반응해 현재는 암이 관찰되지 않는 관해 상태로 4주에 한 번씩 치료를 받고 있다.



허리통증 악화되더니 다발골수종 진단


김 씨는 2000년 테니스를 하고 허리통증을 느껴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당시 X-레이 촬영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1년 반 동안 그대로 지냈다. 그런데 허리통증이 점점 악화되는 걸 느끼고 동네병원에서 다시 X-레이를 촬영했는데 이번에는 빨리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다발골수종이란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평소 운동을 즐겼고 당시 3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라서 다발골수종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평균 기대수명이 3년 미만이라고 나와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둘째는 유치원도 다니기 전이었다. 김 씨는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병 의지를 다졌고 현재는 상당히 호전된 상태다. 그는 한국다발골수종환자연합회 카페를 이끌며 같은 다발골수종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격려하고 있다.

보험 적용 더뎌 신약 사용 못해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무엇보다 치료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잦고 재발 때마다 주기가 짧아진다. 따라서 초기에 좋은 신약을 사용해 주기를 최대한 늘리고 싶지만 국내에선 신약이 보험에 적용되는 속도가 늦어 신약을 복용하기 쉽지 않다. 신약 존재 자체가 환자들에게는 희망 고문처럼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교수는 “최근 다발골수종에서 이중항체, CAR-T 등 표적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머지않아 표준 치료로 도입될 수 있다”며 “치료를 열심히 받고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등 몸 상태를 잘 유지하면 설사 치료에 실패했더라도 향후 더 좋은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첫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앞으로 신약이 계속 개발돼 생존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현재 임상에 참여 중이거나 재발 환자들을 위한 신약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약에도 빨리 보험을 적용해 재발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