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모 가천대 길병원 혈관외과 교수가 말하는 대동맥류 예방과 치료 대동맥, 척추 앞 복부 깊은 곳에 위치… 전체 대동맥류 90% 환자 증상 없어 팽창한 대동맥류 혈관 파열하면 병원 도착 전 30∼40% 사망하기도 약물 치료-시술 등으로 적극 관리를
강진모 가천대 길병원혈관외과 교수는 60세 이상의 흡연, 고혈압, 가족력 등의 요소가 있는 사람이라면 국가건강검진에서 대동맥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내 대동맥류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대동맥류와 박리 환자 수는 약 32%가 증가했다. 대동맥의 벽이 약해져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는 혈관이 파열되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비율이 30∼40%에 이른다.
갑자기 터져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해 ‘몸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대동맥류는 어떤 질환이며, 치료법과 예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가천대 길병원 혈관외과 강진모 교수에게 물었다.
“대동맥류의 ‘류(瘤)’는 한자로 ‘혹’이라는 의미로 대동맥이 꽈리처럼 부푸는 현상을 말한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배꼽 정도에 위치하는 큰 파이프로 이뤄진 혈관 전체를 말한다. 대동맥은 전신으로 피를 내보내기 위한 일종의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혈관 크기의 1.5배가 늘어나면 대동맥류라고 한다. 정상 대동맥의 지름은 2㎝ 정도 되는데 50%가 늘어난다고 가정한다면 1㎝가 늘어나 3㎝가 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동맥류는 3㎝ 이상 커진 경우에 진단한다.”
-대동맥류가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름이 5㎝ 이상 되면 대동맥은 터지기 시작한다. 집에서 배관이나 스프링클러가 터지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된다. 특히 흉강이나 복강은 장과 같이 부드러운 장기로 채워져 있어 혈액이 흘러 들어가기 좋은 구조다. 대동맥이 터지면 5∼6ℓ 정도의 혈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수 분 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대동맥류 치료의 목적은 대동맥이 터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대동맥류 고위험군은 어떤 사람인가?
“대동맥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염증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염증을 유발하는 효소는 혈관에 있는 콜라겐과 같은 탄력섬유를 파괴한다. 염증 물질이 활성화돼 탄력섬유나 근육을 녹이면 혈관은 지지력을 가지지 못하고 늘어나게 된다. 탄력섬유는 복강보다 흉강에 많으며 이러한 과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발생한다. 그래서 대동맥류는 고령에서 주로 나타나며 보통 60세 이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한 혈관을 부풀게 하는 것은 혈압이기 때문에 혈압이 높으면 혈관도 늘어나게 된다. 흡연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혈관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며 음주, 비만도 위험 요소다. 이런 것들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남성에게서 대동맥류가 4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대동맥류 증상은?
-일상에서 대동맥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동맥류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은 배에서 무언가 만져지지 않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유일하다. 누운 자세로 배에 힘을 빼고 배꼽에서 명치 사이의 왼쪽 부분을 깊이 눌러보는 것이다. 이때 큰 무언가가 만져지고 박동이 느껴진다면 대동맥류일 수 있다. 너무 마른 사람인 경우에는 정상 대동맥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어 자가 진단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대동맥류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 원칙의 첫 번째는 증상이 있는 대동맥류는 크기와 관계없이 치료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쪽으로만 늘어난 배 나온 사람의 형태인 낭상동맥류도 크기와 관계없이 치료한다. 이는 한쪽만 압력을 많이 받아 크기와 무관하게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동맥류가 5㎝ 이상이면 치료한다. 대동맥류가 5㎝에 도달하기까지 증상이 없다면 먼저 내과적 치료, 즉 약물치료를 통해 위험 인자를 조절한다. 체중 감량, 금연 등을 하도록 권유하거나 혈압 조절을 한다. 고지혈증 약이나 아스피린을 통해 혈관 벽을 안정화하기도 한다.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같은 찌꺼기가 쌓이면 혈압의 변동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약물 치료는 수술과 시술이 있다. 혈관의 지름이 5㎝ 이상이 되고 복통과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동맥류의 지름이 6개월에 6㎜ 이상 혹은 1년에 1㎝ 이상 커지는 경우 진행한다. 혈관 내 찌꺼기로 인해 혈관이 막히는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도 막힌 혈관을 뚫어야 하므로 비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수술은 개복을 통해 직접 늘어난 혈관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터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피가 흐르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해 늘어난 부분을 잘라내고 인조혈관으로 대체한다. 시술은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볼펜 정도 굵기의 도구를 삽입해 문제가 발생한 대동맥에 직물로 둘러싸인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 그라프트를 넣고 스텐트 그라프트 안으로 피가 흐르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늘어난 혈관은 더 이상 압력을 받지 않는다.”
-시술은 어떤 환자에게 선호되는가?
“대부분의 환자들은 통증없이 빠르게 회복하길 원하고, 직장과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고 싶어한다. 또한 치료 후 상처가 최소화되길 원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시술이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서 수술과 시술 둘 다 가능한 조건이라면 시술을 권장한다.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의 경우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 된다. 즉, 일상 복귀, 수술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현재 대동맥류 치료에서 보다 선호되고 있는 치료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동맥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것을 멀리해야 한다. 담배, 술을 피하고 비만, 고혈압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질환이 발생한 이후에 치료받지 않도록 또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건강검진이라는 좋은 제도를 권한다. 특히 60세 이상의 흡연, 고혈압, 가족력 등의 요소가 있는 사람이라면 대동맥 검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이후 검사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의료진과 상담 후 선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대동맥류가 발견됐다면 그 크기를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대동맥류는 1년에 평균적으로 2㎜ 정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에 2.5㎜가 자란다고 가정하면 지름 3㎝인 사람이 5㎝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6∼10년 정도 소요된다. 이 경우 1∼2년 후 검사를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6개월에 6㎜ 이상, 1년에 1㎝ 이상 자라는 환자는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