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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 ‘선율’의 손끝에서 프로코피예프 선율이 흐른다

입력 | 2024-07-09 03:00:00

‘美 3대 콩쿠르’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한 선율, 19일 리사이틀
“준결선부터 기립 박수, 기분 좋아”
청중상-학생심사위원상도 받아
“소나타 8번 테크닉적 메시지, 어렵지 않게 연주해드릴게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지난달 열린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율. 그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리사이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8번 등을 연주한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준결선에서 연주한 뒤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나오는 거예요. 분위기가 좋다 싶었는데 결선에서 처음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에서는 대부분의 관객이 일어나셨고, 두 번째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에는 모두 일어나서 열렬히 박수를 쳐주시더군요.”

지난달 29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폐막한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율(23·사진). 그는 프랑스 파리로 돌아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단독 리사이틀을 준비한다. 그는 청중상과 평가단으로 참여한 음악도들이 주는 ‘학생 심사위원상’도 받았다. 4일 전화로 만난 그는 “객석 반응이 좋아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며 밝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는 1976년 창립됐으며 밴 클라이번 콩쿠르, 클리블랜드 콩쿠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노 콩쿠르로 꼽힌다. 쿵샹둥, 니컬러스 앤절리치, 루카스 게니우사스 등 유명 피아니스트들을 우승자로 배출했고 직전 대회인 2018년에는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우승했다. 선율은 “2022년 파리에 온 뒤 친구들과 연락도 띄엄띄엄했는데, 우승 후 연락이 쏟아져서 이 콩쿠르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음악 용어인 ‘멜로디’를 연상시킨다. “아버지가 음악 애호가신데 제 이름에 ‘율’자를 넣자고 한 분은 어머니셨어요.(웃음) 네 살쯤부터 수원시립교향악단 연주회를 부모님과 함께 보러 다녔죠.”

유년기 태권도에 빠졌던 선율은 2009년 경기도문화의전당(현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와, 같은 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백건우 김태형 김선욱 김준희의 ‘포 피아노’ 콘서트를 본 뒤 피아노에 매료돼 특기를 바꿨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영재 선발)를 졸업했고 파리 에콜노르말 음악원에서 피아니스트 올리비에 가르동을 사사하고 있다. 2013년부터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문화예술 인재육성 후원을 받고 있다. 2021년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파이브 포 파이브’ 첫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등 여러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해 왔다. 지난해엔 포르투갈 비제우 피아노 콩쿠르 2위에 올랐다.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배재성과 함께하는 ‘하랑 듀오’ 활동도 팬이 많다. 그는 “재성이 연주가 마음에 들어 제안을 했는데 두 번 거절당하고 코로나19 중에 간신히 승낙을 받았다”며 웃었다. “즐기려고 시작한 거니까 어느 쪽이 리더란 건 없고, 해보고 싶은 건 뭐든 프로그램에 올리죠.”

19일 리사이틀을 위해 그는 드뷔시 전주곡 2권 중 ‘옹딘’ ‘불꽃’, 브람스 ‘헨델 변주곡과 푸가’, 쇼팽 스케르초 3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8번을 프로그램으로 골랐다. “좋아하는 곡 중에서 각 작곡가의 한층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죠.”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결선 마지막 곡으로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3번을, 이번 리사이틀 끝 곡으로 그의 소나타 8번을 넣은 데서 보듯 프로코피예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다. “소나타 8번은 테크닉적인 메시지가 많은 곡이에요. 어려운 곡을 어려워 보이지 않게 연주하는 게 제 장점이란 얘기를 자주 들었고, 타악기적인 특징 가운데서도 특유의 서정성을 표현하는 점이 프로코피예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