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동일 연차-전공 복귀 특례 내년 추가 전문의 시험도 허용 병원들 “1주일내 행정처리 힘들어” 전공의 “거취에 영향없다” 시큰둥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인근 오피스텔에 보건복지부가 발송한 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정부가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15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사직 처리’를 해 달라고 각 수련병원에 요청했다. 복귀한 경우에만 면허정지를 안 하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더 물러서며 ‘돌아오든 그만두든 이제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 정부 “복귀 관계없이 면허정지 처분 철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정확하게 말하면 행정처분이 철회되는 것으로 앞으로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발생 전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유지 명령,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고 이를 지키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조 장관은 이 명령들을 취소하면서 “전공의가 복귀하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이날 “복귀하든 안 하든 면허정지 처분을 철회하겠다”며 다시 물러섰다.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한 경우 언제든 재개할 수 있지만 철회하면 재개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복귀 전공의와 미복귀 전공의 처분에 차등을 두겠다”고 했던 조 장관은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공익에 보다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며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 정부 “미복귀 시 15일까지 반드시 사직 처리”
정부는 또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현재 내과 2년 차 레지던트가 사직하고 다른 병원 내과 2년 차로 복귀하려면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한시적으로 규정을 완화해 올 9월 다른 병원에서 같은 연차로 수련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9월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내년 8월까지 수련을 받고 추가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조 장관은 이날 전공의들에게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2026학년도 이후 (의사 수) 추계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고도 제안했다.
● 전공의 “큰 영향 없을 것”
전공의 사이에선 ‘정부가 양보안을 내고 있으니 계속 버티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을 사직한 4년 차 레지던트는 “전공의 거취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일부 인기 학과에만 전공의가 복귀하거나, 지방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수도권으로 옮기면서 ‘수도권 인기과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