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6540명 참여”… 全직원의 5% “10일까지 협상안 없으면 2차파업” 사측 “사전대비로 생산 차질 없어”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대비 속에 치러진 결의대회에 전삼노 추산 4000여 명, 경찰 추산 3100여 명이 참가했다. 화성=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8일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단행했다. 51년간 무노조 경영을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 ‘노조 리스크’를 맞닥뜨린 것이다. 이날 전삼노에 따르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 6540명이 8∼10일 총파업을 시작했다. 6540명은 전삼노 조합원(3만657명)의 21.3%,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4804명·지난해 말 기준)의 5.2%에 해당한다. 전삼노 조합원의 약 80%가 반도체(DS)부문 소속인 만큼 파업 참여 인원의 상당수가 DS 직원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노조 추산 4000여 명, 경찰 추산 3100명의 파업 참여자들은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가량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정문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 참석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의 자체 노사협의체인 노사협의회가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률 5.1%를 거부하고 임금 6.5%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10일까지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날 “사전 대비를 통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 “생산차질이 파업 목적”… 반도체 반등 타격 우려
반도체 심장부 화성공장서 집회
파업 참여 80%가 설비-제조 직군
파업 길어지면 생산 차질 가능성
“5.2% 강경파에 휘둘려” 지적 속… 전문가 “조직관리 방식 수정 필요”
파업 참여 80%가 설비-제조 직군
파업 길어지면 생산 차질 가능성
“5.2% 강경파에 휘둘려” 지적 속… 전문가 “조직관리 방식 수정 필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추산 4000여 명, 경찰 추산 3100명의 조합원이 검은 우비를 입고 대오를 갖춰 구호를 외쳤다. “파업의 목표는 생산 차질”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파업 참여자의 상당수가 반도체(DS)부문 소속인 만큼,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긴 터널을 지나 올해 본격적인 반등세에 진입한 상황에서 ‘반도체의 봄’의 수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855명의 사인 거부로 시작된 총파업
이와 함께 전삼노는 △연말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 △유급휴가 일수 하루 추가 등을 주장하며 무노동·무임금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연말 성과급 기준은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투자 자본 등 비용을 제외한 경제적 부가가치(EVA)로 정한다는 입장이다. 또 휴가 의무 사용 일수를 2일 축소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생산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수 라인이 자동화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고 돌발상황 발생 시 설비 점검 등을 진행할 필수 인력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반도체 실적 회복세에 찬물 우려
노조 총파업은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훈풍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등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벌어진 만큼 실적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35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 삼성전자는 앞으로 노사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삼성전자는 “노조 없이도 최고의 대우를 보장한다”는 평가와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0년 5월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과거 ‘압도적 1위’로 성과급을 통한 금전적 보상과 1위 기업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앞으로 삼성의 조직 관리 방식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간 고도성장을 해온 삼성이 글로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예전만큼 큰 파이를 나눌 수 있는 구조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러한 여파가 앞으로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화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