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76번째 제헌절을 맞는다. 처음 무엇을 만든다는 것. 영광스럽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라를 세우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76년 전 1948년, 200분의 제헌국회의원은 혼돈의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호를 정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기준을 세웠다. 그것이 제헌헌법이다. 이로 말미암아 대한민국 정부도 수립될 수 있었다.
제헌의원들의 정치적 지향이나 출신 지역, 배움의 정도는 달랐지만 36년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겪었던 나라 없는 설움과 한반도를 두고 벌어지는 주변 열강들의 주도권 다툼은 정파와 사상을 떠나 이분들을 하나 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제헌국회 속기록에는 치열하게 다퉜지만 그 열띤 논의의 시간만큼 나라를 걱정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등학생인 둘째, 셋째에게 헌법이 뭐냐고 물으니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중요한 법’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생활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하는 법’이라고 답해 깜짝 놀랐다. 헌법의 소중함을 나이 들며 어른들만 잊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 말처럼 헌법은 국민의 편에 있는 최상위 법이다. 그래서 따뜻하다. 어머니 밥상처럼 제헌의원들이 우리에게 차려낸 사랑과 염려가 담긴 소중한 양식이다.
제76주년 제헌절을 앞두고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유족회가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청원을 한다. 5대 국경일 중 유일하게 공휴일이 아닌, 그래서 점점 잊히고 있는 제헌의 의미를 16년 만에 되살리려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후손들이 누려야 할 헌법의 가치이며 제헌절이 주는 선물이다.
윤인구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유족회장·윤치영 제헌의원 손자·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