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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갈등 반복, 객관적 자료부터 확보를[오늘과 내일/임무송]

입력 | 2024-07-09 23:06:00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서강대 대우교수



난장판이 따로 없다. 투표용지 탈취해 찢어버리기, 회의장 난입, 의사봉 빼앗기 등 폭력과 파행이 일상화되어 가는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의 모습이다. 법정 심의 기한(6월 27일)이 지났지만 노사의 입장 차이가 커 지난해의 역대 최장 심의(110일)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 근거해 결정 산식 제도화할 필요


첨예한 갈등의 직접적 원인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최저임금 1만 원’ 같은 프로파간다가 포퓰리즘 정치의 강력한 도구로 이용되면서 합리적 토론과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1987년 이후 역대 37번의 최저임금 심의 중 노사 합의를 이룬 것은 7차례에 불과했다.

신뢰할 만한 통계 데이터 부족도 소모적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업종별 최저임금과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란이 뜨겁지만, 실태를 보여주는 통계는 제대로 파악이 안 되어 있다. 정부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독립위원회나 전문가그룹이 데이터를 분석해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사·공익 각 9명으로 구성된 현행 최저임금위의 특징은 노사가 의결권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고, 공익위원이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원 중 최저임금의 직접적 이해관계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시위성 사퇴, 퇴장 등 의결권 남용도 빈번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소모적 갈등과 파행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도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최저임금위 개편의 우선 과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문가위원회로 개편해야 한다. 위원 수를 9인으로 줄이고, 자격 요건을 강화하여 노사정이 각 3인을 추천하되 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심의 과정에서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최종 결정은 수정 권한을 가진 정부가 하는 영국식 모델이 적합하다.

둘째, 결정 체제를 분권화하는 것이다. 업종, 지역, 외국인 등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는 아우성인 동시에, 노동시장의 다양성을 반영하라는 요구이다. 우리와 유사한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인 일본의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제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플랫폼 종사자처럼 고용 종속성이 약하고 시급제 적용이 불합리한 경우 별도의 결정 체제를 두고 품목별 표준단가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자.

셋째, 최저임금 산식(算式)을 제도화하여 결정 기준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프랑스, 브라질 등의 사례가 있다. 우리 최저임금위도 합의 불발 시 공익위원이 산식을 적용하나 사후 꿰맞추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등 최저임금법의 결정 기준들을 기초로 산식을 제도화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이 기능하려면 최저임금 의결 조직과 분리하여 통계 조사와 노동시장 영향 분석을 전담하는 조직을 최저임금위에 두어야 한다.


의결 조직서 독립된 통계조사팀 둘만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으니, 남은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최저임금 새판 짜기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노사는 상황을 바꿀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이고, 정부는 무기력하고 정치권도 무책임하니, 기대할 곳은 공익위원밖에 없다. 2016년 7월, 정치만 남은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수명을 다했다”고 질타하며 공익위원을 사퇴한 이가 있었다. 뜨거운 여름이 예고된 2024년, 우리는 최저임금 시스템의 창조적 파괴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서강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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