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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평원 겁박, 동네 의사도 교수로… 이게 ‘의대 선진화’인가

입력 | 2024-07-09 23:24:00



2027년까지 지방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증원을 추진 중인 정부가 개원의나 동네병원 봉직의 경력 4년만 있으면 의대 교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라 의대 교수가 되려면 연구·교육 실적 4년이 필요하고 개원의 경력 기간은 70%까지 인정해주는데 앞으로는 100% 인정해준다는 내용이다. 의료계는 “교수 부족이 예상되자 교수 자격 기준을 낮추는 것”이라며 지방 의대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의학교육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보인다. 개원의와 의대 교수의 연봉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데 실력 있는 개원의들 가운데 교수 하려는 이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있더라도 연구 실적 없는 개원의가 연구와 교육까지 병행하는 교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는 어렵다. 정부는 개원의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강조하지만 개원의는 경증 환자, 의대 교수는 중증·희귀 질환자로 환자군이 다르다. 가벼운 환자를 보던 의사에게 어떻게 죽을병에 걸린 사람 몸을 맡기려 하나.

정부가 의대 교육 부실 논란을 자초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의대 교육 여건을 주기적으로 평가 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이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하자 교육부 차관이 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의평원 이사회 구성과 평가 항목 수정을 요구했다. 국제적인 민간 의대 평가 인증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자 증원된 의대들이 인증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는 의대생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는다며 1학기 수업을 안 듣고 F학점을 받은 학생도 2학기 등록만 하면 진급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사 실력이야 어떻든 숫자만 늘리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

정부는 급격한 의대 증원 후로도 교육과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런데 의대생 집단 유급은 집단 진급으로, 의대 교수 부족은 교수 자격 기준 완화로, 의대 평가 인증은 평가 인증 기준 조정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말로는 의대 교육을 선진화하겠다면서 내놓는 대책들은 하나같이 의대 교육의 후진화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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