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상하이 세계인공지능(AI)대회 7회째인 AI 관련 국제 행사에… 휴머노이드 로봇-자율주행 부각 전기차 이어 中 ‘과학 굴기’ 현주소… 중앙-지방 정부 전폭 지원에 급성장 테슬라-오픈AI 등 美 업체들도 총력… AI-로봇 개발 가이드라인도 마련돼
《“칭룽(靑龍), 책상 좀 정리해줘.” “예, 먼저 빵과 과일을 나눠서 담겠습니다.” 4일 중국 상하이 세계 엑스포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AI)대회’의 중앙행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칭룽을 보러 온 인파로 가득했다. 연구원 지시를 받은 칭룽은 대답과 동시에 양팔을 벌리고 책상을 쳐다봤다. 잠시 뒤 팔을 뻗어 빵과 오렌지를 집었고, 종류별로 양쪽 바구니에 나눠 담았다. 손가락은 다소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구부려졌고, 부드러운 빵이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집어들었다. 실제 성인 남성 크기의 중국 최초 오픈소스 기반의 풀사이즈 휴머노이드 로봇 ‘칭룽’은 중국이 꿈꿔온 ‘AI 굴기’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행사장 곳곳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로봇 개’. 상하이=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로봇과 자율주행 등 미래 AI 기술 선보여
대회에선 약 1500년 전 ‘둔황(敦煌) 고서’를 AI 기술로 복원해냈고, 사고로 팔목 아래를 잃은 남성이 로봇 팔로 붓글씨를 쓰는 시연도 공개됐다. 업체 측은 “뇌 신경과 로봇 팔을 연결해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0.1mm까지 정밀 조작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행사장 곳곳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로봇 개’. 상하이=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미래 시장성이 밝은 것으로 점쳐지는 AI 기반 자율주행차도 큰 관심을 끌었다. 행사 당일 38도를 웃도는 폭염이 쏟아졌지만 행사장 밖에선 자율주행차를 체험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사장용 앱(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인근 정차 지점을 선택하니 잠시 뒤 무인 택시가 도착했다. 차량에 탑승해 휴대전화 뒷번호 4자리를 입력하자 스스로 출발했다. 안전요원 없이도 총 10km의 행사장 주변을 돌며 18개 교차로를 거침없이 통과했다. 제작 업체인 PONI.AI 측은 “L4 단계(운전자 필요 없는 수준)의 차량 30만 대를 이미 주문받아 생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로빈 리 최고경영자(CEO) 역시 대회 기간 열린 포럼에 참석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본 모델, 벤치마크(성능 측정 기준) 점수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오픈AI가 엄청난 업데이트를 내놓고 있지만 과연 누가 혜택을 받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AI 기초 연구뿐 아니라 로봇이나 AI 단말기 등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 응용하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2025년을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생산의 원년으로 삼고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다. 행사장 한쪽에서 태극권을 펼치고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 ‘쿠아푸’는 현재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차량 조립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한지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별도의 로봇 조립 라인을 만들지 않고 기존 전기차 라인을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인 모터 등의 가격이 점차 낮아지며 로봇 판매가도 내려가고 있다. 5월 중국 제조사인 ‘유니트리’는 키 127cm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9만9000위안에 판매하기도 했다. LLM 등이 활용된 최고 성능의 버전은 아니지만, 한화로 2000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할 수 있어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다.
이런 움직임 속에 관련 시장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4월 발표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규모는 올해 27억6000만 위안에서 5년 뒤인 2029년 750억 위안으로 30배 가까이 급성장하고, 중국은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32.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이 앞다퉈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로봇 상용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실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주요 대도시에는 대규모 로봇혁신센터를 만들고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 중, 로봇 개발 가이드라인도 발표
행사장에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기업은 LLM의 최강자로 꼽히는 미국 오픈AI. 이 회사는 올해 초 AI로봇 스타트업인 ‘피규어AI(Figure AI)’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사내에 ‘로봇 전담팀’을 구성하고 피규어 등 로봇 업체들과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중국과 첨단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의 대결이 전기차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번 대회 기간 중 ‘휴머노이드 로봇 거버넌스’도 발표했다. 주최 측은 “공개 서명 방식으로 발표된 업계 최초의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지방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와 AI산업협회, 상하이법률학회 등이 함께 만들었고, 총 30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설계와 제조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협해서는 안 되고, 사용자는 관련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1일 AI 개발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유엔에서 통과시키는 등 AI와 로봇 관련 국제 기준 마련에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