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강원 FC 대표이사가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 기념 오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위원은 9일 오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포옛(전 그리스 국가대표 감독), 바그너(전 노리치 감독), 홍명보 감독님 이렇게 세 분에게 의사를 물었었고 원래의 절차는 기존에 있는 전력강화위원들과 소통을 하고 난 이후에 발표를 했어야 된다”며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전력강화위원들에게 (감독) 선임 정보가 전달됐을 때 보안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보안 문제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면) 5개월 동안 함께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노력했던 전력강화위원들을 결국은 믿지 못하는 그런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감독선임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좋은 외국인 감독(거스 히딩크) 1명이 팀을 어떻게 바꾸는지 우리가 직접 경험했다”라며 “손흥민·황희찬·황인범·김민재·이강인·이재성 이렇게 황금세대가 나타났는데 외국인 감독이 한 분 오면 2026년 월드컵에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결과 부분에선 정말 제가 사과하고 싶다”라며 “팬들이 만족할 만한 감독을 모셔 오지 못했다. 상당히 안타깝고 그 부분에 대해선 사과한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려면 돈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 위원은 “실제로 돈 문제는 아닌 거 같다”라며 “축구를 통해 느끼는 기쁨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협회가 TV 중계권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공중파 채널에 팔면서 상당히 많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자금은 충분했다”고 답했다.
이 위원은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팬들을 실망하게 한 것”이라며 “협회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실수를 했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 될 수 있다. (일련의 과정으로)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축구협회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예상과는 다르게 내국인 감독이 선임되면서 비난이 빗발친 가운데 전력강화위원인 박주호 전 축구 국가대표가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폭로하는 유튜브 영상을 축구협회 발표 다음 날 올리면서 논란에 커졌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