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2024.7.8/뉴스1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새로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이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자진 사퇴한지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취재 결과 협회가 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후보에게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약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팬들이 납득할 만한 ‘좋은 외국인 지도자’ 모셔오는 건 애초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가이드라인을 전강위와 구체적으로 공유하지 않았다.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급할 위약금까지 고려할 때, 협회가 제안할 수 있는 금액은 130만 유로(약 19억 5000만 원)로 추정되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연봉보다도 적었다.
그러나 전강위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받던 220만 달러(약 30억 원·추정) 수준으로 생각하고 후보군을 추렸다. 실제로 쓸 수 있는 금액과는 꽤 큰 차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전강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외국인 지도자만 물색했다.
감독 선발은 전강위가 최종 후보를 추려 보고한 뒤 협회 실무자가 후보자와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방식이었다. 전강위는 협상 과정에는 빠졌다.
정해성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2024.2.21/뉴스1
그러다 6월이 돼서야 전강위가 ‘그 기준’을 파악하게 됐고, 생각한 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줄 돈은 없는데 좋은 외국인 지도자를 찾으려 했으니, 헛수고였다.
한 전강위 위원은 “협회가 제대로 금액 등 후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 한다. 현실을 모른 채 그냥 ‘좋은 지도자’만 찾은 꼴이다. 조건을 내밀지도 못할 거면, 무엇하러 100명 가까운 후보를 살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뒤늦게 정해성 위원장이 위원들로부터 위임받아 현실적으로 국내외 지도자 중 영입할 수 있는 최종 후보를 추렸다. 이후 정 위원장의 사퇴로 실무 권한을 갖게 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후보 다비드 바그너 감독과 거스 포옛 감독을 만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홍명보 감독을 설득, 선임에 이르렀다. 5개월이라는 긴 시간에 불필요한 과정들이 많이 끼여 있기에, 어쩌면 지금의 잡음은 불가피하다.
축구협회는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는 걸 수긍했다. 협회 측은 “전강위가 지원자와 추천 등을 통해 리스트에 오른 수많은 후보를 두고 하나씩 추려갔는데 이 과정에서 한정된 예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산을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미숙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