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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억류자 홍보물 제작 ‘광고천재’ 이제석 “국제사회가 이들 얼굴 기억해야”

입력 | 2024-07-10 16:23:00


“북한에 잡혀간 우리 가족을 돌려주세요!”

2014년 가족과 활짝 웃던 한 남성은 2024년 북한군에 포박된 모습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남성이 입은 죄수복엔 ‘김국기’ 명찰이 달려있다. 통일부는 북한에 장기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우리 국민 6명과 그 가족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 이제석광고연구소와 공동으로 이 홍보물을 제작했다.

통일부와 이제석광고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작한 북한 억류 선교사 송환 촉구 홍보물. 통일부 제공



이제석 대표는 지난달 경기 고양시 작업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은 국민들이, 국제사회가 이들 얼굴을 기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세계 유명 광고전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인권, 평화, 역사 등 국내외 공익 광고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의 이름 앞엔 ‘광고천재’라는 수식어가 달린다.

이제석 대표.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이 북한 감옥에 억류돼있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돼 부끄러웠다”고 했다. 이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피랍되면 난리가 나는데 북한에 억류된 이들은 생사조차 알 수 없고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져있었다”고 전했다.

그의 작업실 칠판에는 ‘핵개발’ ‘김정은’ 등 키워드가 적혀있었다. 그만큼 이 대표에게도 북한 문제가 우선 순위라는 것. 2009년엔 미사일과 옥수수 이미지를 겹쳐놓으면서 식량 배급 대신 전쟁무기를 개발 중인 북한 정권 모순을 비판하는 ‘미사일옥수수’ 광고물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했다.


2009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옥수수미사일’. 이제석광고연구소 제공



이 대표는 “우리는 북한 인권문제를 ‘불편한 진실’로 외면해왔다. 미사일 도발을 불꽃놀이 보듯 사회가 점점 북한 문제에 둔감해져가고 있다”면서 “정서적 무장해제는 북한 정권이 가장 원하는 바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북 대화가 활발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이 대표는 북한을 주제로 한 공익 캠페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 정부는) 억지 평화를 연출한 느낌이었다”며 “북한을 비판했다가 밉상으로 보일까봐 비굴하게 이불 속에 있었다”고 웃었다.

이 대표는 북한에서 공개한 3명의 선교사 사진을 토대로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 얼굴을 유사하게 제작했다. 그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알리려면 직관적인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홍보물 기획 초반 ‘사람을 찾습니다’ 전단지 형식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가족사진 형식으로 마치 천국과 지옥을 나란히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 방안이 없다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현 상황을 알리는 것 자체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홍보 영상 등을 유엔 공용어로 번역해 유튜브 등 온라인에 확산시키고 이를 포스터·전단으로도 배포할 방침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