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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NDAA 처리…“유사시 군수 물자 협력 그룹에 한·일 포함”

입력 | 2024-07-10 16:46:00

한국과 미국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가 4월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쪽부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과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리아케함,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다니엘 이노우에함. 사진제공 해군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등 유사시 미군 물자 조달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NDAA)를 처리했다. NDAA는 국방예산과 주요 국방정책이 담긴 법안이다.

상원 군사위는 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5회계연도 NDAA에서 ‘경쟁적 물류(contested logistics) 시연 및 시험 프로그램’에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도록 했다.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NDAA에 포함된 이 프로그램은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을 상대로 미군 무기 및 장비 수리나 군수품 사전 배치 계획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상원 군사위가 이 프로그램에 영미권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아이즈’ 국가 외에 한국과 일본을 포함시키도록 한 것.

외교가에 따르면 ‘경쟁적 물류’란 적대국이 전쟁을 비롯한 충돌 상황에서 군수품의 이동을 방해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런 위협에 대비해 미국은 동맹 그룹끼리 연료나 물자 등을 신속 수송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만들어 왔다. 외교 소식통은 “자연재해나 전쟁 등 열악한 상황에서 서로 군수 물자를 원활하게 수송하는 협력 그룹을 만드는 것인데, 기존 영미권 국가 중심의 협력 체계에 한국과 일본도 끼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사태에 대비해 구축하고 있는 무기 정비 및 군수품 보급 체계에 한국이 포함되는 셈이다. 다만 이 프로그램 적용 대상이 되면 엄격한 미군 군수품 규제가 면제돼 국내에 미군 군사장비 수리 시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안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상원의 인식”이라며 “한국에 배치된 약 2만8500명의 미군 규모를 유지하고,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또 국방장관에게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계획을 2029년까지 매년 제출하도록 했으며 국방부가 한국, 일본, 호주 3개국의 당국자들을 상대로 핵 억제와 핵 전략 등 확장억제를 강화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담겼다. 이와 함께 법안은 국방장관에게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우주·핵·미사일 기술 협력 동향을 보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북한과 중국 탄도미사일 공격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망을 괌에 구축하는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당초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 군사위 간사 의원이 요구했던 미국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나 아시아판 핵 공유 등은 이번 NDAA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위커 의원은 본보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향후 몇 년 동안 주한미군의 획기적인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