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애플-알리바바 등 도전했다, 대당 2억원 고비용-적자에 줄포기 바이두, 대당 3800만원 반값車 투입… 자금력 앞세운 테슬라도 뛰어들어 “2031년 이후에나 흑자전환 예상”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로보택시.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개조했다. 크루즈 제공
한동안 주춤하던 무인(無人) 로보택시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 선두 업체가 서비스 확장에 나섰고, 테슬라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로보택시 상용화로 가기엔 아직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소비자 거부감 극복이란 과제가 남았다.
● 치고 나오는 구글 웨이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24시간 누구나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를 탈 수 있다. 이용자를 제한했던 웨이모가 지난달 말부터 모두에게 서비스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구글 자율주행 사업부였던 웨이모가 2009년 첫 완전 자율주행에 성공한 지 15년 만이다. 웨이모 제품 책임자 크리스 러드윅은 “(그동안)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 우리는 그걸 해결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GM 크루즈는 지난해 무려 34억8000만 달러(약 4조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크루즈의 로보택시 가격은 대당 15만 달러(약 2억 원)가 넘는다. 투자비가 많이 들다 보니, 구글 웨이모나 아마존의 죽스(Zoox)처럼 돈 잘 버는 대형 기술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경우가 아니라면 버티기 쉽지 않다.
● 바이두의 반값 무인 차
이 점에서 눈에 띄는 기업은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다. 중국 11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바이두는 올해 5월 신형 완전 자율주행차 ‘이치6’를 연말까지 우한시에 1000대 추가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라이다(LiDAR) 포함 38개 센서를 장착한 이치6의 가격은 대당 20만4600위안(약 3800만 원). 기존 모델의 40% 수준이다. 중국의 전기차·자율주행 공급망 발전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다음 달 8일 ‘로보택시 데이’ 행사를 연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실물이 공개될지, 계획만 나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선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테슬라의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테슬라 역시 얼마나 저렴한 가격으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해 내느냐에 로보택시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 라이언 브링크먼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 로보택시 두렵다는 소비자
로보택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위해선 비용 말고도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소비자의 거부감이다.
로보택시는 운전 중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졸리거나, 전화 통화를 하지 않는다. 인간 운전자보다 사고율이 훨씬 낮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하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그 소식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로보택시가 여성 보행자와 충돌한 뒤 바로 멈추지 않아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충격을 줬다.
대중의 불신과 이로 인한 규제 강화는 로보택시 산업 성장의 큰 걸림돌이다. 미국 뉴욕주립대 차오춘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은 이미 인간 운전보다 안전하지만 (기술) 수용은 소비자 심리의 문제”라고 말한다. “자율주행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얼마나 더 안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객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