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 ‘금연상담전화 센터’ 가보니 일주일서 1년까지 금연 기간 설정… 시간-장소 제약 없이 주말도 전화 성별-직업 등 고려해 맞춤형 상담 중도에 실패한 경우도 끝까지 진행… 1년 성공률 美보다 높은 37% 달해
서울 영등포구 복지부 금연상담전화 센터에서는 25명의 상담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비대면으로 금연상담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3년 한 해에만 약 40만 건 이상의 금연상담전화가 이뤄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담배를 하루 10∼15개비씩 피우곤 합니다. 이젠 나이도 들고 건강이 걱정돼 꼭 끊고 싶습니다.”
지난달 25일 50대 흡연자 김태우(가명) 씨는 담뱃갑에 적힌 ‘금연상담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김 씨는 2019년 담배를 끊고 3년가량 금연 상태를 유지했지만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피우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금연할 때 늘어난 군것질 때문에 체중도 불어난 상태였다. 더 이상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금연상담전화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상담사는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방울토마토처럼 수분이 많은 간식을 먹거나 운동 등 대체 행동을 실천하다 보면 금연이 쉽게 느껴질 것”이라며 “짧으면 1주일, 길면 1년까지 꾸준히 금연 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김 씨는 이후 금연상담전화 프로그램에 등록해 지속적으로 맞춤형 상담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시범 사업을 거쳐 이듬해부터 본격 운영 중인 금연상담전화는 대면 상담이 어려운 흡연자를 대상으로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 전화로 금연상담을 진행한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지난해에만 38만1000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흡연 사실 노출 우려도 적어 여성과 청소년 흡연자의 상담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복지부 금연상담전화 센터에는 25명이 헤드셋을 끼고 상담하고 있었다. 이들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한 명당 길게는 1시간 가까이 사연을 듣고 금연 방법을 안내했다.
센터에서 상담사 1명이 하루에 상담하는 전화는 평균 40여 건에 달한다. 전화 중간중간 금연을 독려하는 문자 전송도 잊지 않는다. 식후 담배를 못 참는 이들에게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오늘도 담배 귀신이 붙지 않게 조심하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 금연 동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상담은 남성과 여성, 청소년, 임산부, 감정노동자, 고도흡연자 등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감정노동 스트레스로 금연이 어려운 경우 맞춤형 스트레스 해소 및 감정 조절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식이다. 일단 상담을 시작하면 흡연 상황과 행태, 니코틴 의존도, 과거 금연 시도 경험 등을 확인하고 금연 시작일을 함께 정한다. 그리고 7일, 30일, 100일, 1년 등 상황과 목적에 맞는 금연 기간을 설정하고 최대 21번까지 정기 상담을 통해 진행 상황을 꾸준히 확인한다.
● 6년간 14번 도전해 금연… “이젠 금주 도전”
상담사는 박 씨에게 먼저 그동안의 노력과 변화를 상기시키며 격려했다. 이후 1시간 가까이 금연이 실패하는 이유를 듣고 해결책을 전달했다. 상담사가 떠올린 해결책은 과음에 따른 재흡연을 막기 위해 금연과 절주를 병행하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달 마침내 ‘1년 금연’에 성공했다. 박 씨는 “1년이나 금연할 수 있었다니 기적”이라며 “이제는 금주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사 역시 “과음이 반복되면 과거 흡연 습관이 다시 나올 수 있다”며 “1년 금연에 성공했으니 금주도 가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금연상담전화는 흡연자가 금연에 실패했더라도 중단하지 않고 상담을 이어간다. 실패 요인을 되짚어 보고 금연 시작일과 기간을 다시 설정해 재도전에 나설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끊임없는 상담과 관리 덕분에 지난해 금연상담전화의 금연성공률은 30일 기준 55.8%, 6개월 기준 40.7%이다. 1년 성공률도 37.3%에 달한다. 헬프라인(Helpline) 등 미국의 주요 금연상담서비스의 1년 금연 성공률이 30%를 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금연상담전화 운영을 맡고 있는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금연은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가장 중요해 금연 도전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금연하길 원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 담뱃갑에 적힌 금연상담전화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