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돌진때 버틸 가드레일 17%뿐 작년 여성 숨졌던 압구정역 인근 사고후에도 설치조차 안해 아찔 시민들 “사고 잦은 곳 보강해야”… 전문가 “위험 지역 전수조사 필요”
차량 충돌에 취약한 가드레일 서울 지하철 7호선 보라매역 인근에 설치된 보행자용 가드레일. 올 5월 이곳 건너편 인도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보행자 2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서울 지역에 설치된 전체 가드레일(방호울타리)의 80% 이상이 차량과의 충돌 사고에서 보행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자가 차에 치여 다치거나 숨진 일부 지역에는 사고 전후로 바뀐 게 없었다. 앞서 1일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계기로 가드레일 체계를 점검하고 보행자 안전을 보호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가드레일 80% 이상은 보행자용… 충돌에 취약
1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살펴본 서울 영등포구 7호선 보라매역 5번 출구 인근 차도와 인도 사이에는 보행자용 가드레일 8개가 설치돼 있었다. 앞서 5월 이곳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운전자, 동승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사고 이후에도 보행자용 가드레일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오전에도 30분간 100여 명이 다닐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지만, 가드레일이 일부 구간만 설치되어 있어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모두 막지도 못했다. 차와 버스가 쌩쌩 달리는 와중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3명 있었다.
바뀐 게 없는 사망 사고 지점 가드레일이 없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인도의 모습. 지난해 8월 이곳에선 20대 남성이 몰던 롤스로이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8일 현재 여전히 가드레일이 없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시민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압구정역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 씨(34)는 “사고가 났던 곳인 줄 몰랐다. 인도로 차량이 돌진해 사람이 죽었는데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보라매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나모 씨(36)는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많이 하고 차량도 불법 유턴을 많이 해서 사고가 잦은 편”이라며 “약한 가드레일을 튼튼한 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식당 주인은 “단순한 무단횡단 방지용 말고 시민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최모 씨(42)는 “시청역 때도 보행자용 가드레일이 쓸모없었는데 여기 있는 것도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전문가들 “위험 지역 전수조사 필요”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