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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대생 F학점 맞아도 유급 제외”… ‘원칙 없는 특혜’ 논란

입력 | 2024-07-11 03:00:00

‘의대 학사운영 가이드라인’ 발표
성적 처리 기한도 내년 2월로 미뤄… 대학에 ‘유급유예’ 학칙개정 주문
이주호 “의사 수급위한 공익 조치”… 파격적 조치에도 학생들은 냉담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유급 판단 시기를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미루고, 학칙을 개정해 F학점을 받아도 유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원칙을 무너뜨리고 의대생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수업 안 들어도 유급 안 시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각 대학이 이를 준수하도록 적극 권고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대학의 성적 처리 기한은 1학기 말에서 학년도 말인 내년 2월 말로 미뤄진다. 이에 따라 유급 판단 시기 역시 내년 2월로 연기된다. 1학기에 수업을 거부하고 교과목을 정상 이수하지 못했더라도 2학기에 몰아서 수업을 들으면 유급이 안 되도록 한 것이다.

또 현행 학칙상 의대 대부분에선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되는데 정부는 올해에 한해 F학점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특례 조치를 마련하라고 각 학교에 주문했다. 예를 들어 학칙에 ‘2024학년도에 한해 의예과, 의학과 재학생은 유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원천적으로 유급을 막는 등의 방식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F학점 대신 I(Incomplete·미완)학점을 도입해 학기가 끝난 후 수업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I학점은 현재 일부 대학에서 천재지변이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다.

이 부총리는 “특히 예과 1학년생에 대해선 대학의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학년 말에 유급을 결정하기보다 상위 학년에서 재이수 기회를 부여하고 본과 진급 시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최종 확인하는 방식도 검토해 달라”고 했다. 1학년 때 수업을 전혀 안 들었더라도 무조건 2학년으로 진급시켜 내년 7500여 명이 수업을 동시에 듣는 최악의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특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부총리는 “의료 수급과 의료 안정을 위한 것으로 특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한 조치”라고 했다.

● 국시 추가 실시도 검토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10일 광주 동구 조선대 의대 강의실에서 한 의대생이 혼자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의대생들이 강의실로 복귀할 경우 수업 거부 중 못 들은 수업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학기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1학기를 올 10월까지로 연장하고 2학기를 축소 운영하거나, 연말까지 안 돌아온 경우 내년을 3학기로 운영하며 그중 한 학기에 올해 못 들은 수업을 몰아서 이수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식 등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택하게 한 것이다.

본과 4학년의 경우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위해 실습을 마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1학기에 못 한 실습은 2학기에 하고, 그마저 어려우면 졸업 직전인 내년 1∼2월에 할 수 있게 했다. 또 실습시간 부족으로 올 9월부터 진행되는 의사 국시 응시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국시 추가 실시도 추진하기로 했다.

1학기를 연장하거나 보충 학기를 운영하더라도 학생들은 추가로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2학기 등록금은 미뤄진 2학기 수업이 실제로 시작될 때 낼 수 있도록 납부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각 대학이 의대생 복귀를 적극 독려하도록 대학이 기울인 노력과 성과를 정부 재정지원에 반영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과거 비슷한 수업 거부 사태 때 찾아볼 수 없었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지만 의대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수업 거부 중인 한 의대생은 “의대생 대부분이 내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국립대의 한 교수는 “생명을 다루는 의대 교육을 날림으로 진행하고 교육의 질 저하를 모른 척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