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대표후보 부산 연설회… 충돌 격화 나경원-윤상현, 元-韓 둘 다 비판 TK선 “韓 총선 책임론 나오기 시작” PK선 “친윤 역풍 맞을 것” 기류도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원희룡(왼쪽부터), 한동훈, 윤상현, 나경원 당 대표 후보가 자리에 앉아 축사를 듣고 있다. 부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이 10일 두 번째 합동 연설회에서 ‘총선 고의 패배론’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비례대표 공천 사천 의혹 제기에 더해 ‘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무시’ 논란과 관련해 총선 고의 패배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한 후보가 “다중인격 같은 구태 정치”라고 맞받으면서 네거티브전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각 후보 캠프는 문자 무시 논란이 선거인단 가운데 40%에 달하는 영남 당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경북(TK)에서는 “한 후보의 총선 책임론이 확실히 나오기 시작한다”는 분위기지만 부산·경남(PK)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 원-한 ‘총선 고의 패배’ 충돌
한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 후보가 거론한 ‘총선 고의 패배론’에 대해 “어제 (방송토론회에서는) 선관위가 무서워서 네거티브 안 하겠다고 했는데, 태세전환해 오늘 아침부터 신나게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며 “이런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는 청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 후보가 제기한 사천 의혹에 대해 “제 가족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말한 뒤 계속 도망만 다니고 있다”며 “늘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이 원 후보가 말한 정치 경험이냐. 그런 건 배우고 싶지 않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허위 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후보는 한·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와 원 후보의 싸움이 너무 거칠고 구태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줄 세우기, 줄 서기 등 전대에서 나올 수 있는 추태는 다 나온 것 같다. 구태정치와 손잡은 사람들 빨리 손절하자”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이기심과 사욕을 위해 당원을 줄세우고 계파정치를 하는 썩은 풍토가 이미 (당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 TK “한동훈 총선 책임론” PK “친윤 역풍 맞을 것”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단(약 84만 명) 가운데 40.3%로 가장 많은 영남권에서도 김 여사 문자 논란은 최대 이슈로 꼽히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 비율을 반영해 선출한다. 한 TK 초선 의원은 “문자 논란으로 ‘한 후보가 대통령과 사이가 정말 안 좋구나’를 실제로 알게 됐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한 후보에 대한 총선 책임론이 확실히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반면 PK 지역의 한 의원은 “친윤 측에서 문자 논란 등의 작전을 짜고 전대를 치른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오히려 친윤을 향한 역풍이 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부산=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