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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자…‘맨발 걷기’의 세가지 확실한 이점

입력 | 2024-07-11 10:05: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맨발 걷기 열풍이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맨발로 다니는 문화가 정착된 호주 뉴질랜드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신발을 벗어던지는 이가 늘고 있다.

맨발 걷기는 건강에 어떤 이점이 있을까. 국내에서 특히 인기 있는 황토에 대한 효능은 접어두고, 정형외과 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두터운 밑창과 높은 뒤꿈치가 특징인 현대인의 필수품 신발이 발 건강을 해치는 주된 요인일 수 있다.

2021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니멀 신발(minimal footwear·기능적 부분을 제거해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간섭을 최소화한 신발. 유연하고 바닥이 편평한 게 특징)을 신고 6개월 동안 일상생활을 한 사람들은 발의 근력이 평균 57.4% 증가했다. 또한 균형 감각이 개선되고 넘어져 다치는(낙상)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 발은 실제로 매우 튼튼하고 탄력적이며 우리가 가하는 요구에 대처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자연이 의도한 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족부 전문의 리나 해리스가 10일(현지시각) 과학 전문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말했다. “우리 발에는 33개의 관절이 있고, (바닥에 아치가 있는) 발은 세 가지 다른 평면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발은 걷는 지형에 맞게 변형되어야 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의 신발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형태를 제한하여 걸음걸이와 발의 구조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현대 신발은 앞부분이 매우 좁아 발가락이 오므려지고, 발가락을 제대로 눌러서 쓸 수 없기 때문에 발의 내재 근육을 활용할 수 없다”고 해리스는 설명했다. 게다가 쿠션이 있는 미드솔(신발의 창을 튼튼하게 하려고 겉창 속에 한 겹을 덧붙여 댄 창)은 감각 압력을 줄여 발아래 지면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쁜 자세, 균형감 감소, 심지어 발의 아치를 무너뜨려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의 발은 쿠션이 있는 신발에 적응한 탓에 본래의 힘을 일부 잃었다. 따라서 맨발로 더 자주 걷는 것은 발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대학교(UNLV)의 운동역학 교수인 존 머서는 “너무 빨리 맨발로 전환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과 힘줄에 과부하가 걸려 스트레스 골절,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 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단계를 밟아갈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중간 과정으로 미니멀 신발을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맨발 걷기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라면서 맞지 않는다면 굳이 맨발 걷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의 건강정보 매체 웰앤굿(wellandgood)은 ‘신발을 벗고 싶게 만드는 맨발 걷기의 세 가지 확실한 이점’을 소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첫 째, 자세와 균형 개선.

“맨발 걷기는 발 근육을 강화하며, 그 결과 몸 전체적으로 더 나은 자세와 균형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고 족부 전문의 미구엘 쿠냐 박사가 말했다. 또한 고유 수용감각(신체가 공간 어디에 있는지 인지하는 능력)이 향상 돼 균형을 잘 잡게 된다.

“맨발 걷기는 발바닥의 수용 체를 자극해 고유 수용감각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신체 위치에 대한 인식, 자세, 균형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쿠냐 박사는 설명했다.

둘째, 발 근육 강화.

우리 발에는 각각 19개의 근육과 힘줄이 있으며, 이들의 강도는 인간이 직립자세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드러운 지표면에서 맨발로 걷는 것은 여러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고 쿠냐 박사는 말했다. 여러 근육에는 발 아치와 관련 있는 내재 근육, 앞쪽 발목의 전경골건, 발뒤꿈치 뼈와 발가락을 연결하는 족저근막 그리고 아킬레스건이 포함된다.

2017년 10월 과학기술 인용색인(SCI)급 학술지 ‘걸음걸이와 자세’(Gait & Posture)에 실린 작은 연구에 따르면, 맨발로 걷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 강도가 감소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는 낙상 위험와 관련 있다. 즉, 맨발로 걷는 것은 발의 강도와 균형을 향상시키고 낙상 위험을 줄여준다.

셋째, 대지와 몸이 직접 접촉하는 접지 통해 스트레스 감소.

‘접지’(grounding)는 ‘어싱’(earthing)'이라고도 표현하며, 인간의 몸이 지구와 연결될 때(맨발로 풀이나 모래 위에 서 있을 때)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아이디어다. 2015년 3월 SCI급 학술지 ‘염증연구’(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접지는 수면 장애와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개선하고,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며, 상처 치유를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맨발 걷기는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정의학과 통합의학(동서양 의료의 통합) 두 개의 전문의 자격을 갖춘 빈디야 간디 박사는 자연에서의 접지의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도심 같은 공공장소를 걸을 땐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도시의 거리에서 맨발로 다니는 것은 감염, 부상의 위험이 있다. 특히 못을 밟았을 때 파상풍 같은 문제가 우려된다”며 “아울러 기생충과 같은 다양한 병원균을 접촉하여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쿠냐 박사는 “단단한 표면에선 발의 아치가 무너지고, 족저근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족저근막에 이상이 생기면 발뿐만 아니라 전신의 통증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드러운 흙이나 풀밭에서 맨발 걷기를 실천할 것을 권장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