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1 동아일보 DB
11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9510채 규모 매머드급 단지인 이곳에서 이달 4일 전용면적 84㎡가 22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2021년 10월 거래된 역대 최고가(23억8000만 원) 턱밑까지 가격이 오른 것.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1일에는 하루에 6채가 계약됐다. 대부분 서울 다른 지역의 집을 팔고 ‘갈아타기’를 하려는 30, 40대”라고 귀띔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5년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고 있는데다 신축 공급이 더디자 주택 구입을 미루던 수요가 ‘똘똘한 한채’로 갈아타거나 내 집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조성이나 1기 신도시 재건축 등도 공사비 급등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과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오름폭이 컸다. 성동구 아파트값의 전주 대비 상승률은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은 0.52%였다. 이어 △송파구(0.41%) △서초구(0.4%) △용산구(0.36%) △서대문구(0.35%) △마포구(0.35%) 순이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재작년과 작년 금리 인상기에 주택 구입을 미뤘던 수요가 앞으로도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 주택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셋값과 분양가 상승도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20%)보다 0.20% 오르며 60주 연속 올랐다.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사업 지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세에 눌러앉았던 이들이 분양가와 공급 시기가 불확실한 청약 대신 기존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3월 착공한 인천 계양을 포함해 3기 신도시 5개 지구 1만 채를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2026년 입주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 상황에 대해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하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 과거처럼 몇 년간 오르는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조만간 만만치 않은 물량이 좋은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라며 수도권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이미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마저도 본청약이 취소되는 등 주택 공급이 차질은 계속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착공하지 못하는 현장이 많아 3기 신도시 공급이 늦어지면 상승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며 “정부가 더 공격적으로 공급 시그널을 주고 대출도 단단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