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준금리 12차례 연속 동결 물가상승 둔화로 인하 기대감↑… 가계대출 크게 늘고 집값도 반등 “차선 변경 준비” 한발 나갔지만… 美 금리 보며 시기-폭 결정할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 원-달러 환율 급변동 등으로 인해 금융 시장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며 최근 금리 하락에 베팅하면서 높아지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견제구를 던졌다.
● “시장 너무 앞서 나갔다…잘못된 시그널 우려”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며 집값이 반등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가계 대출 상승을 부채질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5월(5조3157억 원)과 6월(5조8466억 원) 각각 5조 원 넘게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9일까지 1조2218억 원 늘면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안정세를 찾았던 환율도 지난달엔 달러당 1370∼1390원 사이에 거래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 깜박이 켰지만…차선 변경 시점은 불확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향후 3개월 내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금통위원도 5월 1명에서 이달 2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와 이 총재의 발언이 다소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라는 반응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 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한 것이나,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날린 이 총재의 발언 수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은의 금리 인하는 미국의 금리 인하 결정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며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에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