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 펴낸 원영 스님 비었다는 건 없는 게 아니라 채워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만물엔 원인과 결과가 있어
원영 스님은 “반야심경은 언젠가는 도달해야 할 깨달음의 종착역, 열반의 세계로 인도하는 지혜로운 기차”라며 “불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반야심경을 통해 지혜를 얻어 멋진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금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사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조심조심,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예요. 아무것도 안 하거나 대충 살고 있다면 힘든 걸 느낄 수도 없으니까요.”
―만물이 ‘공’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요.
―알 듯 모를 듯합니다만….
“하하하, 겨울에 귤나무를 베어 아무리 안을 찾아본들 귤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그 나무에 귤이 없는 것인가요? 수확 철이 되면 주렁주렁 나오겠지요. 지금은 없으나 없다고 할 수 없는, 이것을 가리켜 ‘공’이라고 합니다. 햇볕과 물을 주고 농부가 잘 가꾸면 탐스러운 귤이 나올 테고, 그러지 못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볼품없겠지요. 색즉시공(色卽是空), ‘색(물질로 이루어진 것)이 공과 다르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앞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기에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출가하기 전인데, 저도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 정도로 사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앞도 보이지 않는 절벽 길을 매달려 가는 느낌이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험하게 걸었던 그 시간이 내 삶에 가장 힘을 비축했던 성장기였더라고요. 요즘 힘든 사람이 많고, 특히 젊은 세대는 더 그런데… 힘들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느끼는 것이지요. 결코 힘듦으로만 끝나지 않아요. 지금이 한겨울의 귤나무인 순간일 뿐이죠. 지금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은 분명히 바뀝니다.”
―반야심경을 이해하면 마음의 괴로움도 줄일 수 있다고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