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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 아스팔트에 데여”… 美 남서부 50℃ 폭염에 사망 속출

입력 | 2024-07-12 03:00:00

뉴욕 개폐식 다리 멈춰 ‘냉수 살포’
구조헬기도 공기 희박해 출동 못해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관광객들이 섭씨 53도를 가리키는 온도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 최소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데스밸리=AP 뉴시스



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의 할렘강에서는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소방차가 불이 난 고층 건물에 물줄기를 쏘듯, 배들이 끊어진 ‘3번가 다리’ 주변에 모여 끊임없이 물을 쏴댔다.

이 장면은 최근 뉴욕에 닥친 기록적 폭염에 기인했다. 맨해튼과 브롱스를 연결하는 3번가 다리는 배가 지날 때마다 다리 중앙 부분이 열린다. 최근 화씨 100도(섭씨 37.8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몰아치자 이 다리가 작동을 멈춰 버린 것이다.

하필 통행이 많은 퇴근 시간대에 작동이 멈춰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다리는 해양 경비선들이 세 시간 반에 걸쳐 ‘냉수 마찰’을 한 후에야 다시 작동했다.

11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전역이 최소 일주일 넘게 역대급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7월 초지만 곳곳이 최고기온을 경신하며 세 자릿수 기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남서부의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기온은 5일 연속 115도(46.1도)가 넘었다.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는 124도(51.1도), 인근 데스밸리 또한 129도(53.9도)를 찍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애리조나주 주민이 올린 ‘녹아내린 창문 블라인드’ 또한 화제였다.

곳곳에서 폭염에 따른 사망자 또한 속출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호수에서는 가족과 함께 보트를 탔던 4개월 된 여아가 고온으로 의식을 잃고 숨졌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는 3명,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는 오토바이를 타던 운전자가 128도의 고온에 노출돼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립공원 같은 험난한 지형에서는 헬기가 필수 구조수단이지만 너무 뜨거운 날엔 공기가 희박해 날지 못한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미 전역에서 최소 28명이 극심한 더위로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에만 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4200만 명이 폭염 경보를 받았다. 버지니아주 등 동부 주요 주에서도 학교 및 방과후 야외활동이 잇따라 취소됐다. 주요 도시의 화상 전문 센터에는 실신하거나 넘어져 아스팔트에 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 중 약 20%가 노숙인이다.

아직 7월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폭염 관련 사망자나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최근 몇 년간 더위에 따른 미국 내 사망자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약 1600명이 더위로 숨졌고 2022년 1700명, 2023년 2300명으로 사망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사망자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