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민1플러스’의 주문을 껐다는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왔다. 자영업자 300여 명이 뭉쳐서 하루만이라도 배민1을 쓰지 않겠다고 단체행동을 결의했더니, 적잖은 음식점 사장들이 동참한 것이다. 이들이 문제 삼은 배민1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올해 초 도입한 새 요금제다. 그동안 음식점들은 주문 수와 상관없이 매달 8만8000원만 내면 되는 요금제를 주로 이용해 왔는데, 주문 한 건당 음식값의 6.8%를 중개수수료로 떼 가겠다고 했다.
▷새 요금제가 강제는 아니라고 했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는 ‘무료 배달’ 가게가 되려면 음식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배달 수수료가 배달앱의 고질적 문제였지만 이제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부담이 되는 중개수수료를 배민이 다음 달부터 9.8%로 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음식점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건당 100∼900원 낮추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선심 쓰듯 배달비 몇백 원 내리는 것보다 수수료 부담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서울에서 2만 원짜리 치킨을 팔면 2000원에 가까운 중개수수료에 배달비, 카드 수수료, 부가세 등을 더해 6000원 정도가 빠져 나간다.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괜한 엄살이 아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44% 인상하는 것은 자영업자의 절박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한 비정한 행위”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수수료 부담에도 배달앱 시장의 65%를 장악한 배민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에게 배달비를 직접 지원한다는 방안이 담겼지만, ‘갑질 횡포’라 불리는 배달앱의 구조적 문제를 손보지 않고서는 세금으로 배달 플랫폼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나서서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을 만드는 현실이 서글프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