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4.7.10. 뉴스1
정부가 폐지, 개편 방침을 세운 금융투자소득세,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이른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이다. 주식 투자자와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의 여론을 의식해 이 전 대표가 당의 세제정책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그제 종부세제 개편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 사안에 대해 이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의견을 낸 건 재작년 대통령 선거 후 처음이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서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부진한 한국 증시 상황을 거론하며 “시기 문제를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시행을 유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종부세는 ‘1% 부동산 부자에게 물리는 부유세’라는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 중산층까지 물어야 하는 세금으로 변질됐다. 특히 별다른 소득 없이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은퇴자들은 공시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종부세를 내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당내 강경파들이 여전히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는 종부세 완화에 이 전 대표가 전향적 태도로 돌아선 건 무리한 세제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쟁의 늪에 빠진 22대 국회에 종부세, 금투세 논의는 민생 문제로 방향을 틀어 여야가 머리를 맞댈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말 내놓을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야권이 동의할 만한 합리적인 제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민주당도 세제 정상화라는 큰 틀 안에서 당내 반대 의견을 조율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