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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이틀만에 전사… 74년만에 가족 품에

입력 | 2024-07-12 03:00:00

춘천지구 전투서 산화 고 강한찬 일병
여동생 DNA로 발굴 16년만에 확인





6·25전쟁 발발 이틀 만에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다가 산화한 호국영웅이 74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8년 5월 강원 춘천시 동산면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 신원이 ‘춘천지구 전투’(1950년 6월 25∼28일) 당시 전사한 강한찬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 발굴 시작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235명으로 늘었다.

고인의 유해 중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은 2008년 5월 동산면 일대 개인호로 추정되는 곳에서 곧게 누운 형태로 발굴됐다. 그러나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지 못해 유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다가 올해 5월 고인의 여동생인 강길순 씨(84)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하면서 유해 발굴 16년 만에 신원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북 칠곡 출신인 고인은 국군 제6사단 소속으로 6·25전쟁 최초로 승리한 ‘춘천지구 전투’에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국유단은 “고인의 희생은 국군이 한강 방어선을 구축하고 유엔군이 참전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에게 신원 확인 통지서와 함께 유품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11일 유가족이 있는 대구 서구의 한 마을에서 열렸다. 그러나 정작 여동생 강 씨는 병환이 깊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행사에 참석한 고인의 조카 강영호 씨(69)는 “병환으로 누워 계신 고모께서는 유해 귀환 소식에 눈물만 흘리셨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6·25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되길 바란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