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휴전선 인근 철로-침목 제거” 김정은 ‘남북단절 지시’ 마무리 수순 이달 헌법개정통해 ‘제도화’ 나설 듯 “북한군 한여름 방벽건설 불만 고조”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을 지나는 경의선 철로를 철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5월 북한은 동해선 철로를 철거하는 조치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곧바로 경의선 철로마저 뜯어내며 과거 남북을 연결했던 철로를 모두 단절한 것. 1906년에 놓인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길이 518km 철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남북) 교류협력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 우리 측 구간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 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더니 그 핵심 조치로 경의선 단절을 언급한 것.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지시한 남북 단절 조치가 반년 만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 김정은 지시 반년 만에 단절 마무리 수순
이로써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6·15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이 추진했던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은 북한이 모두 훼손시켜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이미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향하는 경의선, 동해선 육로의 경우 지난해 말 휴전선 인근 북측에 지뢰가 다수 매설됐고 도로에 놓인 가로등도 철거됐다. 정부 소식통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인 경의선 연결을 김정은이 노골적으로 부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우상화를 위해 선대 신격화를 차단하는 움직임과도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경의선 문산∼개성 구간이 연결돼 2007년 5월 철도 시범 운행을 거쳐 남북은 그해 12월부터 실제 222회에 걸쳐 화물 열차를 운행했다. 다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 사망하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그해 말부터 경의선 운행은 중단됐다. 하지만 경의선을 중국으로 이어지는 남북 물류 및 교통의 핵심 수단으로 봤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남북 철도를 다시 연결했고, 현대화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이에 그해 11월 남북은 개성부터 신의주까지 400km에 이르는 구간을 열차를 타고 공동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은 이달 중 개최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김 위원장의 예고대로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시해 남북 단절을 제도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소식통은 “경의선 단절 외에도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휴전선 일대 대남 적대 행위들을 모두 종합해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언급하면서 이를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북한군, 한여름에도 방벽 건설 작업에 불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