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野 ‘당론 법안’ 43일간 45건 쏟아내… 일각 “거수기 만드나” 비판

입력 | 2024-07-12 03:00:00

어제 노란봉투법 등 7건 당론 의결
예고 법안 감안땐 최소 69건 될듯
곽상언 사태로 불만 목소리 커져
與 “31건 당론” 추진, 16건 채택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의혹’ 논란에 대해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박 원내대표, 진성준 정책위의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감사원법 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등 7건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날까지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 및 탄핵소추안, 국정조사 요구안은 총 45개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워크숍에서 예고한 대로 실제 추진하면, 앞으로 당론 법안은 최소 69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입법 독주 가속화 움직임에 당 내부에선 “당론으로 강요하는 정치가 지나치다”며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거수기 역할만 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 하루 한 건 수준으로 쏟아낸 당론

민주당은 이날 △노란봉투법 △구하라법 △감사원법 개정안 △범죄피해자보호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법안 7건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당초 국정원법 개정안까지 8개를 당론으로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의총에서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제외했다.

민주당이 이날까지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은 1호 당론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 법안(2024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등을 포함해 총 45건이다. 이날이 22대 국회 개원 후 43일 차임을 감안하면 하루 1건 이상 수준으로 당론이 쏟아진 셈이다.

앞으로도 민주당의 당론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민주당이 개원 전인 5월 당선인 워크숍에서 중점 추진 과제로 밝힌 법안 56개 중 23개가 아직 당론으로 공식 채택되지 않았고 국정원법도 추가 논의를 거쳐 당론으로 채택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개원 전 총 31개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일까지 이 중 총 16건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 “당론 과잉… 내용도 모르고 거수기만”

민주당의 ‘당론 정치’가 심화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의총이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당론 내용조차 모르고 투표하는 게 맞느냐”는 취지의 항의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정책의총에서도 “‘당론’이라는 명칭이 주는 무게가 너무 무거우니 ‘중점 추진 법안’ 정도로 부르면 안 되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당론 법안이 하도 많다 보니, 내용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의총에) 들어가 그냥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과도한 당론 채택에 대한 불만은 곽상언 의원이 당론으로 채택된 검사 탄핵안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강성 당원들에게 비판을 받다가 결국 원내부대표직을 자진 사퇴한 뒤로 더 커지는 양상이다. 당 관계자는 “당론 법안은 따르지 않을 경우 추후 공천 등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지정할 때부터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당 지도부는 “개원 전 워크숍 때부터 이미 당론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에 대한 동의도 구한 바 있다”는 입장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입법 활동을 여러 분야에 걸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개별 의원보다 당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이러한 방침에) 더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