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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vs 친한, 자해수준 격한 내전… 전대 이후 심리적 分黨사태 우려”

입력 | 2024-07-12 03:00:00

[與 ‘자폭 전대’]
국힘 내부 커지는 ‘공멸 위기감’
한동훈-원희룡 측 온종일 비방전
장예찬, 韓 여론조성팀서 받았다며… “참여연대 자료, 장관께도 보고” 등
4건의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 공개



뉴스1



“지금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폭주하고 있는데 우리 당은 당권 주자들끼리 자해하는 싸움만 벌이고 있다. 당을 망치려고 전당대회 하는 것이냐.”

국민의힘 관계자는 극단적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는 전당대회 당권 주자 간 충돌에 대해 11일 이같이 비판했다. 브레이크 없는 자폭 싸움이 계속되자 당내에선 “이러다 다 죽는다”는 공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동훈, 원희룡 후보는 이날 각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공식 캠프 논평 등을 통해 하루 종일 서로에게 낯 뜨거운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인 친한(친한동훈) 그룹, 친윤(친윤석열) 인사들도 참전하면서 국민의힘은 계파 간 전면전에 빠져들었다.

● 당권 주자들, 하루 종일 내전

원 후보는 이날 오전부터 한 후보를 향해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총선 고의 패배’ 주장에 더해 총선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댓글팀) 의혹,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을 부각하며 “사실이면 사퇴하라”고 공격에 나섰다. 그는 한 후보를 향해 “거짓말부터 배우는 초보 정치인은 당원을 동지라 부를 자격이 없다” “거짓말 기술에 대해 검증받을 시간” 등의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거짓말이 들통나면 후보직 내려놓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한 후보는 31년 전 사건을 꺼내들며 “노상 방뇨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라고 맞받았다. 원 후보가 1993년 노상 방뇨 및 음주폭행 사건에 휘말렸던 점을 이용해 역공한 것. 캠프도 논평을 내고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 구태정치는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복수의 여론조성팀 관계자들에게 받은 내용의 일부”라며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 관계자들에게서 받았다는 4건의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5월 16일 한 관계자로부터 참여연대 관련 자료와 함께 “참여연대 조지는 데 요긴하게 쓰시길. 지금 한동훈 장예찬 찰떡 콤비임. 장관님께도 보고드림”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1월 6일에는 “한동훈은 현재 전국 지명도와 참신성을 갖춘 주요 자원”이라며 “특정 지역구보다 비례 10번 정도에서 전국 선거를 누비게 해줘야 선거 전략상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이것 좀 자연스럽게 띄워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후보이자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의원은 원 후보를 향해 “이길 수만 있다면 양잿물이라도 마실 것처럼 싸운다”며 “악질 사업주가 장마철에 폐수 방류하듯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을 던져놓고 답하라고 떼쓴다”고 했다.

● “전당대회 이후 심리적 분당 사태 우려”

격한 상호 비방전이 이어지는 데 대해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내전을 이렇게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수도권 중진 의원도 “당원들도 전당대회 얘기가 나오면 TV를 꺼버린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의원은 “후보들이 단체로 맛이 갔다”고도 했다.

전례 없는 강도 높은 내전을 두고 보수 정당 내 뿌리 깊은 계파 갈등 문제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권력(윤 대통령)의 대리인(원 후보)과 미래 권력(한 후보)이 맞붙은 형국이 되면서 선거가 끝나면 심리적 분당 사태로까지 이어질 거란 우려가 크다”며 “전대가 끝나도 치유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반발도 나왔다. 전당대회 진흙탕 싸움에 여당 발이 묶이면서 민주당이 자유롭게 입법 독주를 진행하고, 당 대표 연임 도전에 나선 이재명 후보도 견제 없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여권이 자책골에 가까운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권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민생 드라이브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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