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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남성 극단선택, 여초 사회 때문” 시의원 발언 논란…외신 “성평등 최악”

입력 | 2024-07-12 11:05:00


최근 김기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남성의 극단적인 선택 증가 원인을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연결 지으면서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외신도 이를 주목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남성의 자살률 증가를 여성 탓으로 돌리는 한국 정치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의원의 발언과 함께 한국의 열악한 성평등 현실을 조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강 다리에서 투시한 사람 중 남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로 ‘여성의 사회 참여’를 꼽았다. 그는 서울시에서 받은 최근 6년(2018~2023년)간 한강 교량별 투신 현황과 성별 시도자 수를 토대로 전체 시도자 가운데 남성(2487명)이 여성(1079명)보다 2배 넘게 많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가 나온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몇 년 동안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남성들이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지고, 결혼할 여성을 찾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가 최근 여성 지배 사회로 변하기 시작했다”며 “이것이 남성 자살률 증가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발언한 김 의원이 큰 비판을 받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정신보건)는 BBC에 “전 세계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높다”며 “충분한 근거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하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BBC는 “한국은 세계 부유한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지만, 성평등은 가장 낮은 최악의 기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수의 격차가 크며, 여성은 임시직이나 시간제 일자리에서 불균형적으로 일하고 있다”며 “성별 임금 격차는 서서히 좁혀지고 있으나 여전히 남성보다 평균 29%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남성들이 이끄는 반(反)페미니즘 운동이 급증했는데 이들은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매체는 최근 한국에서 낮은 출생률 등 인구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안들에 관해 지적했다.

사례로 김용호 국민의힘 서울시 의원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여성들에게 괄약근을 조이는 케겔 운동과 체조 동작을 조합한 ‘국민 댄조 운동’ 행사를 추진한 것을 꼽았다.

국책연구소가 주장했던 1년 먼저 여자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향후 적령기에 남녀가 서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여학생 조기 입학’에 관한 사례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노동조합 김유리 이사는 “이러한 발언은 한국에 여성혐오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정치인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여성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희생자로 삼는 것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