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간 역사 스테디셀러 재출간… 욕망-모더니즘-제국주의-종교 등 다섯가지 주제로 세계사 맥 짚어… 옛날 이야기처럼 듣는 재미 쏠쏠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사이토 다카시 지음·홍성민 옮김/344쪽·1만8000원·뜨인돌
17세기의 ‘카페’ 17세기 영국 런던의 ‘커피하우스’를 묘사한 그림. 처음에 커피는 유럽에서 와인과 맥주에 비해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상인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하우스를 짓고 커피를 ‘이성적 음료’로 홍보하면서 급속히 보급됐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커피의 확산 과정을 종교와 연관지어 풀어낸다. 이 책은 역사서치고는 독특하다.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까지 차곡차곡 역사적 사실을 쌓아 엮는 식의 통사(通史)적 접근을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정형화된 연대기를 벗어나 다섯 가지의 주제로 역사의 맥을 짚는다. 다름 아닌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다.
첫 주제 욕망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차, 알코올, 코카콜라가 어떤 식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만들어왔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2009년 출간 후 10개월 만에 10만 부가 팔렸는데, 역사 교양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뒤 15년 만에 재출간됐다.
중세와 근대를 움직인 ‘제국주의’는 힘을 과시하고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적 욕망에서 그 근원을 찾는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과 스파르타의 싸움을 그린 영화 ‘300’에 이것이 잘 반영돼 있다. 전쟁을 일으킨 페르시아가 스파르타에 요구한 건 “그저 내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지배욕의 표현이었다. ‘무릎 꿇기’는 중국의 전통적인 조공 무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황제는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공물을 바친 사신들에게 그 몇 배에 달하는 답례품을 하사했다. 경제적으로는 황제에게 손해지만, 정복욕의 측면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것. 다만 제국주의 발생을 남성성으로만 연관 짓는 관점에 대해선 100% 공감하기는 힘들다.
복잡하거나 심오한 역사적 진리를 다루는 책은 아니다. 그 대신 파편적으로 흩어진 역사적 사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 흥미롭게 풀어간다. 그러면서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사건에 대해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서술한다. 학창 시절 역사를 공부하면서 역사 연표를 외우는 데 질려버린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책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