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액이 10,030원으로 결정되며 위원들이 퇴장하고 있다..2024.7.12/뉴스1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정했다. 올해(9860원)보다 170원(1.7%) 오르면서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시행 후 37년 만에 처음 시간당 1만 원을 넘게 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 기준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이 된다.
최임위는 전날(11일) 오후 3시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2시 반경 제11차 전원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은 전날 밤 10차 전원회의에서 3차례 수정안을 냈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공익위원 제시 구간을 참고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종안이 각각 1만120원, 1만30원으로 제시됐다.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퇴장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해 23명 중 14명이 경영계 최종안에 찬성했다. 공익위원 과반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개막’을 우려했고 노동계는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돼야 했다”며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7%는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170원 올려 ‘1만30원’…노동계·경영계 모두 씁쓸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을 앞두고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2024.7.12/뉴스1
● 심의 나흘만에 인상률 결정 ‘졸속’ 논란
9일 9차 회의에선 이례적으로 최초요구안을 제시한 직후 1차 수정안이 나왔고, 11일 10차 회의에선 오후 3시부터 몇 시간 간격으로 2~4차 수정안이 나왔다.
최초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7.8% 오른 1만2600원을 제시했던 근로자위원과 9860원 동결을 주장했던 사용자위원은 4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840원과 9940원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차수를 바꿔 12일 오전 1시부터 열린 11차 회의에서 양측 의견 차를 줄이기 위한 심의촉진구간을 1만~1만290원으로 제안했다. 그러자 민노총 위원 4명은 “심의촉진구간 금액이 지나치게 낮다”며 투표 직전 퇴장했고 남은 위원 23명이 투표해 14명이 경영계 요구안에 찬성하며 12시간 가량 이어진 마라톤 심의가 끝났다.
●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이젠 한계”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은 합리적·생산적 논의가 진전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임위) 개편에 대한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것도 9차례에 불과하다.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보니 회의장을 점거하거나 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일도 잦다. 올해는 특히 의사봉 탈취, 투표용지 파손 같은 전례 없는 물리력 행사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은 저소득 근로자 300만~500만 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실업급여와 출산휴가 급여 등 26개 법령에 연동돼 있어 임금액 변동에 따른 여파가 광범위하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맞아 매년 되풀이되는 파행을 막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선 방안으로는 물가 인상률, 경제성장률 및 이에 대한 노동 기여분 등으로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만들어 자동 적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벨기에처럼 정부가 전년도 임금에 물가 상승률만 더한 기준 금액을 제시하고 기한 내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해당 금액으로 확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