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경제학자 등 전문가 68명 대상 설문조사 "트럼프의 무역·이민 정책이 美 경제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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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가 바이든 대통령 임기 때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에서 나온 보편적 관세와 노골적인 반(反)이민 기조 등이 전 세계적인 무역·노동력 흐름을 막아 결국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란 우려다.
◆“트럼프 때 인플레·재정적자 악화될 것…금리도 더 높아질 것”
11일(현지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학계, 월가 및 금융 경제학자 등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나머지 28%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재정 적자에 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답한 비율은 51%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더 커질 것이라 답한 이들은 22%였다.
또 금리에 관해서는, 응답자 59%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때 금리가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6%는 바이든 대통령하에서 더 높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버나드 바우몰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경 정책 ‘MAGA’, 미국 경제에 큰 타격”
경제학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Great Again, MAGA)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정책을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 이유로 꼽았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할 경우 수입품에 대한 10%의 전면 관세(보편적 관세)와 중국 수입품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 공언했다. 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도 약속했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정책이 당장은 미국에 큰 이익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국 글로벌 무역 경색과 노동력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과 이민에 대해 ‘자국 우선주의’ 원칙을 강하게 적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재차 전 세계적인 ‘고립주의’ ‘보호주의’가 득세해 경제적 불능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독일 도이체방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가 전체 물가를 1~2%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최근 몇 년 동안의 높은 이민율은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을 완화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최대 0.5%p까지 낮췄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미국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2021년 대통령 당시) 때 개인, 법인, 재산세를 모두 인하하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내놨는데, 그는 재집권시 해당 감세 정책을 영구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미 의회예산처(CBO)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4~2034 예산·경제 전망 업데이트’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1조9000억달러(약 2625조8000억원)로 책정됐다.
CBO는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적자가 꾸준히 확대돼 2034 회계연도에는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4년 GDP의 6.9%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 정책을 펼 경우 정부의 수입은 줄어들어 더 큰 적자로 이어질 것이고, 이것이 결국 인플레이션 상승과 금리 인상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WSJ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더 빨리 인플레 낮출 것이란 기대 말라”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 때 지난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목도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걸 좋아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11월에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추정되는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